[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광주 양림동엔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 참 많다. 위대한 사랑을 몸소 실천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양림동 사람들’(홍인화 저)의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16일 오후 2시 수피아여고 내 유진벨기념교회에서 열렸다.
유진벨기념교회는 이 책 1장의 첫머리(15쪽)를 장식하고 있는 유진 벨(한국이름 배유지) 선교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개명된 교회다. 원래는 건축 헌금 기증자의 이름을 딴 코넬리아 커티스 기념교회였다. 유진 벨 선교사는 부인인 마가렛 벨과 함께 숭일학교와 수피아여학교를 설립하고 조선의 젊은 학생들에게 타협 없는 분명한 신앙과 애국심을 심어주었다.
이날 북콘서트는 뮤지컬 ‘서서평’에서 서서평 역을 맡은 배우 김옥경이 ‘샤론의 꽃’을 들려주며 막이 올랐다. 이어 환영사, 축사, 저자와의 대화 등의 순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사회는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창의도시사업단장이 맡아 차분하게 진행했다.
김윤기 광주문화재단 대표는 환영사에서 “재단의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의 하나로 책이 빛을 보게 되어 기쁘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었으면 내용이 더 풍부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 뒤, “올해 양림동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니 많은 관심과 아이디어를 주시면 고맙겠다”고 전했다.
문인 북구청장은 축사에서 “양림동은 광주의 얼과 혼이 깃든 곳이다”면서 “시대의 어둠을 밝힌 양림동 사람들을 통해 광주정신의 뿌리를 조명한 저자의 노력에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축사를 통해 “양림동 사람들의 의로운 정신은 3.1운동, 4.19혁명, 5.18민중항쟁 등으로 이어져 왔다”면서 “양림동이 담고 있는 우리의 소종한 자산을 다시금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송희성 전 수피아여고 총동창회장은 “양림동의 근대역사는 사랑의 역사고, 광주정신의 발상지다”면서 “양림동의 숨겨진 역사를 캐고, 그 정신을 계승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홍인화 박사에게 선배로서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저자와의 대화에서 홍인화 박사는 “수피아여고 재학시절 허철선 선교사의 사택에서 영어 성경을 배우고, Y-teen과 흥사단 아카데미 활동을 하며 양림동 사람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잊지 못한다. 수피아여고를 다니면서 5.18을 경험했고, 20대에 6월항쟁의 한복판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그러한 삶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백여 년이라는 시간 속에 존재했던 양림동을 바라보게 되었고, 양림동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뛰었다”면서 “전교생이 3.1만세운동에 참가했던 수피아여학교와 광주의 아픔이었던 5.18의 현장에서 시민들의 생명을 살리고 지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고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홍 박사는 또한 “이 책에서 담고 있는 36명의 양림동 사람들이 모두 가슴에 남지만, 특히 5.18 당시 외신기자들과 계엄군에 맞서다 몸을 피한 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광주의 참혹한 현실을 3천여 장의 사진으로 남겨 미국과 독일 등 세계에 알린 허철선(Charles Betts Huntley, 이 책 131쪽) 목사와 독립운동에 참가한 빛나는 가문 사람들인 김함라, 김마리아, 김필례 등(이 책 93, 106쪽)이 가슴에 남는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광주 양림동은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에 가히 혁명적인 곳이었다”면서 “양림동은 가난하고 병든, 한마디로 주류에 의해 소외된 사람들이 주류에 맞서 싸운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과 헌신의 선교사 정신과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의 정신은 광주정신과 맞닿아 있는 우리의 자랑이다”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이들의 아름다운 정신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양림을 보다’란 부제를 달고 있는 ‘양림동 사람들’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민족을 보듬다’에서는 배유지, 우일선, 서서평, 유화례, 도마리아, 보위렴, 오기원, 고허번, 부명광, 유수만, 고든 어비슨 등 선교사들을, 2장 ‘계몽의 길을 걷다’에서는 최흥종, 강순명, 이현필, 박순이, 김준호, 여성숙, 김태오, 정율성, 김현승, 정추, 김후옥, 김학준 등을, 3장 ‘민족의 횃불이 되다’에서는 김철, 김필례, 윤형숙, 박순애, 최현숙, 김안순, 김마리아 등을, 4장 ‘의로운 길을 가다’에서는 조아라, 김천배, 배태선, 명노근, 오대원, 허철선 등 36명의 아름다운 양림동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