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국뽕
  • 문틈 시인
  • 승인 2021.01.20 08: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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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별 이상한 말을 다 듣는다. ‘국뽕’이라니. 우리 문화나 제품을 세계적이라고 자랑하는 경향이나 작품을 폄하해서 하는 말이다. 물론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각종 미디어에는 사전에 없는 말들이 사전에 있는 말보다 더 많이 쓰일 정도로 우리의 언어생활은 파탄지경에 처해 있다.

하여튼 국뽕이라는 말은 준말은 아닌 것 같고, 신조어라 할 수 있겠는데 한마디로 우리 것을 싸고도는 현상을 스스로 비꼬는 말이다. 나는 근자의 우리 사회의 언어생활에 불만이 크다. 이런 가치왜곡을 하는 말이 통용되는 것이 심히 못마땅하다. 대중들이야 시속을 따라가 함부로 그런 말을 입에 올린다고 해도 주요 미디어조차 앞장서서 사용하는 것은 보기에 영 밉상이다.

5천년 역사에서 한국이 언제 한번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본 적이 있었던가. 6.25남침전쟁이 일어났을 때 도우러 온 미군병사의 대부분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왔다. 불과 70년 전에 폐허가 되었던 나라가 그동안 선조들이 피땀 흘려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 올려놓았고, 전 세계에 한류바람을 일으켜 한국의 위상이 한껏 드높아진 상태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이라는 말만 들어도 환호한다. 상상 속에서나 그려보았던 꿈이 현실로 펼쳐져 있다.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은 글로벌 선두 대열 국가가 되었다. K팝, K푸드, 앞에 K자만 붙이면 세계로 통한다. 한때 서구사회에는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해서 중국 붐이 일어났고, 그 뒤에 자포니즘이라고 해서 일본붐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중국의 도자기, 일본의 그림 같은 것이 서구 문화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이제 코리아니즘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made in Korea 즉 한국발 상품과 문화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BTS가 부른 노래,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 웹툰, 그리고 가전제품과 라면, 김 할 것 없이 한국제라면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대단한 성취요, 자랑이다.

국내에서는 잘 실감하지 못하지만 해외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5천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라고 일제하에서 신음하는 한국인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타고르의 우정 어린 메시지대로 동방의 등불을 넘어 세계의 등불이 되었다.

이것이 팩트다. 한국은 서구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G7에 들어가는 문턱에 서있다. 그런데 한국이 대단하다고 하면 국뽕이라고 조롱한다. 그것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그렇게 샐쭉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은 한국의 김치, 한복, 판소리까지 자기네 것이라고 넘보는 판에 왜 우리 것이 최고다, 하는 것이 그리 못마땅한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1979년 하버드대 교수 에즈라 보겔(Ezra Vogel)은 《일등국가 일본》이라는 책을 펴냈다. 일본의 경제적 성공을 해부한 책이다. 이제 그 자리에 《일등국가 한국》이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자랑스럽지 않은가. 그 자랑스러움이 지나친가. 영화 ‘국제시장’을 국뽕 영화라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외국의 어떤 사람은 ‘한국인만 한국을 모른다’고 한 적이 있다. 세계가 엄지척하고 알아주는 나라를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은 자기비하를 밥 먹듯이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한국 말고 이 세상 어느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가. 막상 그런 질문에는 대답을 못찾고 얼버무린다.

지금 한국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다. 첫 번째는 어느 나라냐고? 첫 번째 나라는 아직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나라 사랑, 나라 자랑하는 것을 국뽕이라고 하다니. 애국가도 국뽕이라고 할까봐 두렵다. 국뽕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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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frei 2021-01-21 00:14:24
Hiropon, the etymology of Gukpon, is the name of a drug from the Japanese pharmaceutical company Dainippon Pharmaceutical.
The use of the word gukpon means that it is influenced by Japanese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