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랙산더 웬트(Alexander Wendt)는 이렇게 말했다.
“동북아시아 지역 갈등의 주요 원인이 신현실주의에서 강조되는 물질적 요인들보다 관념적 요인들, 즉 이념, 문화, 역사 등에 있다. 이념, 문화 및 역사적 요인들은 관념으로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들 요인들은 적어도 구성주의의 핵심변수로서의 동일한 존재론적 특성을 지닌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웬트는, “구성주의 핵심가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인간사회의 구조는 물질적 힘이 아니라 ‘공유된 관념’(shared ideas)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는 행위자의 정체성과 이익은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나이라 공유된 관념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얘기했다.
일본에서는 조선시대후기부터 일본으로 건너간 주자학 등이 변용되어 조선멸시 관념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관동대지진 때는 증오관념을 동원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혐한 관념을 동원했다.
왜 이들은 이런 좋지 않은 관념을 끊임없이 동원할까?
관념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면 이념, 역사, 문화, 정체성 등 일본인들의 공유된 관념및 가치체계가 오늘날의 혐한정서로 이어졌던게 아닐까 싶다.
현재 일본은 독도나 과거사 왜곡을 통해 기술한 역사교과서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 청소년들이 자라나서 성인이 되고 일본사회를 이끄는 주류가 되었을 때 잘못된 역사인식이 국민의 관념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타자(他者)가 될 것이다.
일본인이 주장하는 다케시마(竹島)를 무단으로 한국이 점령하고 있으니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실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관념이 형성될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기시다 정권에 의해 치러지는 참의원 보궐선거와 중의원 총선거는 일종의 전초전(前哨戦) 성격이다. 향후 일본 정치 판세를 가늠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그런데 이번 보선에서는 2개 의석 중 자민당은 야마구치(山口)현에서는 승리했으나, 시즈오카(静岡)현에서 패배하면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2021년 10월 25일 아침,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취임하고 치르는 첫 참의원 시즈오카(静岡) 보궐선거에서 1승 1패라는 결과를 접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입장에서는 당장 이번 중의원총선거를 낙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단독과반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인해 여당인 자민당은 위기감이 고조되었고, 야당은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통적으로 자민당에 표를 몰아주던 일본 유권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본 유권자들은 코로나19의 대응과정에서 주변 국가들과 비교되는 집권 자민당 정부의 대응능력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고, 부흥올림픽을 꿈꿨던 도쿄올림픽도 흥행하지 못했던 영향도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거가 쉽지 않으면 뻑하면 동원하던 주변국과의 갈등도 주변국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패를 다 읽고 있는 터라 그 프레임을 동원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시다 총리 역시 아베 전총리의 막후 지원이 있었기에 총리가 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라고 보면 사실상 아베정부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치러질 일본 중의원의원 총선거는 자민당이 단독과반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일본 유권자들의 관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 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본 국내정치가 어려워 지면 전통적으로 동원했던 것이 한ㆍ일 갈등이다. 한 때 일본유권자들은 우경화돼 집권당에 투표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동원되는 갈등 편향에 말려 드러서는 아니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될 게 있다. 지역갈등을 동원하는 프레임이다. 지역갈등은 망국병이다.
특히 호남과의 갈등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확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할 것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의 수준이 또 다시 지역주의를 동원한다고 해서 쉽사리 동원될 수 있을 것라는 생각은 오산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