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은 약속 무시, 노동청은 뒷짐만
경제위기 한파 하중이 노동자들의 어깨에 통째로 내려앉았다.
고통분담의 구호아래 사회의 모든 부분이 허리띠를 졸라매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 믿었던 노동자들. 최근 일련의 사태를 감내해 오던 그들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노동자들의 어깨만 짓누르는 무게를 더 이상 참아야할 이유도 없고, 더 이상 양보를 통해 물러설 곳도 찾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메이데이 총궐기 투쟁 선포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노총은 노동자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국민과 네티즌과 함께 죽어가는 민생과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희망과 전망을 선포하고 2009년 국민촛불을 점화하는 날로 만들 것입니다”는 제119차 노동절 집회를 준비하는 문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간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한 우리지역 노동자들은 개별 사업장 분규 해결에 주력하며, 집단적 움직임은 자제해 왔다. 하지만 지역노동 현실은 고통분담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형국이었다. 정부와 사용자가 말하는 것의 실상은 고통분담이 아닌 고통전담이었다. 사용자 측은 노·사간의 약속을 갖은 핑계를 동원해 무시했다.
노동청은 일견 노·사간의 대화를 주선하며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듯 보이지만 노동자의 권리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서는 실질적인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더구나 사실상 노동자면서 법률적으로는 사업주 신분인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를 비롯한 화물연대의 사태에는 관할권이 아님을 주장하기에 바빴다.
로케트 전기 해고노동자들은 경영실적이 호전되면 복직시키겠다던 사측의 말을 믿었다. 문자를 통해 무더기로 해고된 대한통운택배 노동자들은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단체협약 상 올해 운송료가 오를 것이라 생각했던 화물연대 금호타이어 지회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로케트 전기 해고노동자들은 고공 철탑으로, 대한통운택배 노동자들은 회사 앞 컨테이너로, 금호타이어 지회 노동자들은 경찰서로 연행됐다.
노동자들의 정면 돌파는 이런 사태가 일관성을 띠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경제위기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틈타 노조를 무력화하고, 자본의 지배를 더욱 강화하려는 시도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본다.
불법파견 시정을 건의 했다가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에 팔을 걷어붙인 이병훈 노무사는 작금의 사태를 ‘80년대 노무관리 방식’으로 결론지었다. “경제가 어렵다는 사정을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부담시키려 한다”는 그는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경제적 처지를 이용해 자본의 지배를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보 없는 사용자와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 5월 광주는 일전을 예고하며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