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윤병태 부지사와 부영간 모종의 협약 ‘촉각’
용도변경,아파트 5300여 세대 특혜....행정 투명성·공정성 저해
법원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 부지 기부를 약정한 부영주택과 전남도·나주시 간 합의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심 항소심에서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성주)는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광주경실련)이 전남지사·나주시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받아들였다.
재판부가 3자 합의서를 공개하라고 판단을 내린 것은 다름 아니다.
전남도·나주시·부영주택 간에 맺은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전공대 부지 기부 관련 합의서에 대한 공개를 하지 않아 얻을 이익이 별로 크지 않다는 데서다.
말하자면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 셈이다.
다만, 부속 합의서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청구를 각하했다.
앞서 광주경실련은 부영주택이 소유한 골프장을 한전공대 부지로 기부채납한 뒤 남은 잔여 부지에 고층 공동주택 5천383가구 신축을 추진하면서 특혜 논란이 일자 지난해 1월 정보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기존 녹지를 3종 주거 지역으로 변경해 5단계 수직 상승 및 용적률 기준 초과 한 것은 부영에 특혜를 준 것이기 때문에 협약서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었다.
이에 전남도·나주시는 "정보공개법상 경영·영업상 비밀로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 한전공대 설립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1심은 "협약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하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며 광주경실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재판부는 부영주택 골프장 부지 75만㎡ 중 40만㎡에 대한 증여를 넘어 골프장 잔여 부지에 대한 추상적 지원을 기재한 협약서 2항도 공개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결정은 한전 공개 부지가 대규모로 증여된 만큼 도시관리 계획도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남도·나주시의 행정 처리에 대한 국민적 감시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둔 셈이다.
특히 부영주택 스스로가 부지 증여가 순수한 기부라고 밝힌 만큼 협약서 내용 일체를 공개하는 게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전남도와 나주시가 법원의 거듭된 판단에도 불구하고 협약서 공개를 꺼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논란의 중심에 2019년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주시장으로 당선된 당시 윤병태 전남도 정무부지사간 모종의 협약이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업자인 부영주택이 골프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한 이면에는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자연녹지를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꿔주고 이곳에 아파트 5300여 세대를 짓는게 해줌으로써 과도한 이익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 담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혹 속에 나주시장으로 취임한 당시 윤병태 나주시장에 대한 당시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15일 부영그룹 본사에서 가진 이중근 회장과 윤병태 전남도 정무부지사의 협의 내용이 1심 재판부가 특혜 논란 가능성을 짚은 3자 합의서 제2항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한전공대 설립 절차를 위해 학교 부지 기증 절차를 이행해달라는 윤 부지사 등 전남도·나주시 관계자 요청을 받은 자리에서 “출연 증서는 2019년 12월 16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또한 (잔여부지) 용적률에 대해서는 “175%는 아파트에만 적용하고, 녹지 공간까지 포함할 경우 185%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사업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남도와 나주시 관계자는 “제안 시 관련 규정에 따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부영주택의 특혜 논란의 중심에는 윤병태 전 정무부지사가 자리하고 있고, 이번에 나주시장으로 취임한 만큼 세간에 화제가 되는 협약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나주시민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