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설이 열세 개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한 시설이 열세 개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7.11.14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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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희망이다]사회복지법인 목포 경애원 ‘그룹홈(Group Home)’

▲ 그룹홈 식구들은 어떤 사소한 일이 생기더라도 가족회의를 열어 대화와 의논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그룹홈 옮긴 후 열등의식 사라지고 성격 밝아져
사회환원 의미로 독거노인 등 찾아가는 봉사활동

지난 29일 SBS ‘긴급출동! SOS 24’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교 원생이 고학년 원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는 보육원이 방송되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중 2명의 아이는 고학년 원생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지만 가해학생만 다른 곳으로 보내졌을 뿐 피해학생에 대한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안정적 보호를 받아야할 아이들의 여린 가슴에 멍자욱만 짙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만 안겨주는 복지기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전의 큰 규모와는 다른 새로운 청소년 보호 형태인 그룹홈(Group Home)이 등장해  보육 기관에 산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룹홈은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소수의 그룹에 대해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가정 해체나 학대·방치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일반 가정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자라게 되는 시스템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70여 곳이 있지만 열악한 재정난과 아이들 관리의 어려움 등의 이유를 들어 그동안 많은 그룹홈이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이례적으로 목포 경애원이 13개의 그룹홈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건강한’ 아동 복지 기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74명의 경애원 아이들이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까리따스 수녀원 및 지역 유관기관의 지원을 받아 목포 도심 곳곳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나주효사랑병원을 방문해 아픈 환자들을 위해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였다.
각자 개성 맞는 보호 프로그램 가능

대개 50명 내외의 큰 보육원들은 수용하는 아동의 수가 많다 보니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손길이 골고루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물론 경애원도 그룹홈의 형태를 갖추기 이전에 이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경애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은수 사회복지사는 “단체 생활을 하면 아이들에게 공평함과 균일화를 강조하게 됨으로써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기 힘들게 된다”며 “하지만 그룹홈에 3명~8명의 아이들이 나눠지면서 각 집마다 배치된 2명의 수녀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보호자 역할 뿐 아니라,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홈으로 형태가 바뀐 뒤 좋아진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전 시설에 있을 때에는 모두 같은 학군으로 같은 학교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일괄 통학을 함으로써 단체로 ‘고아원 아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같은 반 아이들, 학부모, 심지어 담임교사들까지 아이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하나 혹은 둘, 셋 각기 다른 학교에 다니면서 더 이상 주위 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총 받는 일이 없어졌다.

또 그룹 홈 아이들은 종종 자신의 집에 친구를 초대하거나 함께 숙제도 하면서 이전보다 주변 친구 사귀는 데에 거리감을 좁혀가고 있다. 당연히 원활한 인관관계와 사회성을 형성하게 됐다.

▲ 신나는 자전거 하이킹으로 목포 평화광장에 수녀 이모님과 나들이.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한 가득이다.
수녀님, 복지사 아닌 할머니, 이모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룹홈 주택을 임대하기 위해 집주인과 실랑이 벌였던 일 등 지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 인근 주민들은 아이들은 두고 ‘도둑’ ‘불량학생’ ‘불결하다’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나거나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무조건 “부모 없는 아이들이 저지른 일 아니냐!”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수녀 고모, 사회복지사 이모가 직접 나서 근거 없는 추궁에 맞서 아이들의 순수성을 변호해 주었다(아이들은 직함 대신‘이모’ ‘고모’ ‘엄마’ ‘할머니’ 등 가족의 호칭을 사용한다.).

수녀님과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의 쾌적한 의식주 환경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반상회, 주민 모임, 학교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이들의 믿음직한 아빠엄마가 돼 준다. 그래서인지 2년이 지난 현재 지역민들의 시선도 부드러워졌고 아이들도 즐거운 생활이 가능해졌다.

현재 그룹홈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최소 한 과목의 과외 활동을 한다. 본인이 배우고 싶은 과목에 대한 보습학원이나 취미·여가를 위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기타 등 기악 레슨, 혹은 태권도 등 체육활동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학교생활 및 사회직장생활 사회에 나가서도 인정받을 수 있고 자신감을 채워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빠듯한 예산 속에서도 이 부분 만큼은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 정원과 조그만 운동장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한 뒤 형, 동생들이 한데 모여 한판 축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선순환 중요

이뿐 아니다. 몇몇 아이들은 상태에 따라 심리치료도 병행한다. 부모의 이혼이나 경제적 궁핍, 방임, 폭력으로 인해 얻은 상처에 대한 치료다. 나중에 입양되거나 원부모를 만나게 될 때 혹은 퇴소 후 사회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은수 사회복지사는 “이곳 교사들이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부모와 똑같을 순 없다”며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이 인내심과 끈기, 올바른 판단과 선택하는 능력을 기르는 등 지역 사회의 건강한 재원이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아이들만의 혹은 교사, 시설장만의 마음가짐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애원의 사무국장인 자캐오 수녀님은 “지역민들과 우리가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상생의 관계가 돼야한다”며 “또 정부와 시는 제대로 된 지원책을 갖추고, 무엇보다 전문 상담인력·인권위 모니터링제·전문가 멘토링 시스템 등을 현실에 맞게 접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시설관련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사전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캐오 수녀님은 이어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지역 유관 기관을 방문해 아이들이 연습한 공연을 선보이거나 독거노인 등 더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며 “우리가 받은 사랑만큼 지역사회에 되돌려 줄 것이며 선순환의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 유년기·청년기를 보내고 퇴소해 직장을 갖거나 가정을 꾸리게 된 원생들이 ‘경애원을 사랑하는 모임(경사모)’라는 자조 집단을 꾸려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은 경애원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지역사회에서도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현재 이곳 그룹홈에 살고 있는 74명의 아이들도 10년, 20년 후가 지났을 때 지역사회 빛과 소금이 돼있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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