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의 기로에 선 개성공단
파국의 기로에 선 개성공단
  • 최용선
  • 승인 2009.04.3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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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 전남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북한은 지난 21일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모든 제도적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우리정부에 공식 통보했다.

보수언론과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통보가 저임금과 낮은 토지사용료를 현실화시켜 달라는 요구로 해석하고 있으나, 최근 남북관계의 전후맥락을 살펴보면 이런 주장은 뜬금없는 것이다.

오히려 현 정부 출범이후 첫 남북 당국자 간 대화, 그것도 북한의 제의로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넘어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의지를 마지막으로 시험하려 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당국간 대화의 모멘텀 살려야

이제 우리정부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첫째는 북한의 이 같은 제안을 거부하며 기존의 대북정책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3통(통신, 통관, 통행)제한 조치가 더 심화되고, 북한 근로자들의 업무태만 등 집단행동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결과는 어떨까. 공단 입주기업들은 공장운영의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수익채산성은 급격히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극단적으로 개성공단의 직접투자액 7,300억원, 기회비용 6,000억원을 손해 보는 선에서 개성공단 폐쇄절차를 밟는데 까지 진행될 수 있다.

1년만 북한을 길들이면 북한주도의 남북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대화단절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제의를 수용하고,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기존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우리정부가 검토 중인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와 같은 대북 압박·고립정책을 포기하거나, 최소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최근의 남북관계는 외교부와 통일부 등 정부조직 내 불협화음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조율되지 않는 대북정책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며 북한을 자극한데 따른 결과다.
 
최근 정부는 2차 남북 당국자 간 대화를 북한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다행스런 일이다. 북한의 요구를 어느 수준까지 포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제안시기를 저울질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경색국면을 장기간 유지하며 개성공단의 폐쇄와 같은 단계를 밟을 수도, 구체적 제안이 없는 남북대화를 다시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다.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 재개필요

압박과 고립, 대결과 국제적 망신주기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통한 관계개선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우리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우선, 정부차원에서 쌀·비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조건 없이 재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매년 30~35만 톤의 비료와 30만톤 가량의 쌀·옥수수 등을 지원해왔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모두 중단된 상태다.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와 국내 NGO단체를 통한 간접지원이든 정부의 직접지원이든 형식과 절차는 추후 결정하면 될 문제다.

비료의 경우 북한의 한해 비료사용량의 2/3수준에 달하고, 연간 60만톤 가량의 식량증산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22일 올해 북한의 부족식량이 178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것에 비춰보면, 예년 수준의 대북 지원만으로도 부족식량의 절반가량을 해소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올해 식량부족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으로서는 드러내놓고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에 진정성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대북정책을 전환시킬 적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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