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오월은 아름답습니다. 광주시민들에게 있어서 오월은 더욱 가슴이 뛰고 설레이는 때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날에 한 젊은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악덕기업을 광주시민들께 고발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30일, 화물차를 운전하는 박종태라는 30대의 젊은이가 금호그룹 소속 대한통운(대전 물류기지)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가 사랑하는 두 아이와 아내 그리고 부모님을 두고 그렇게 떠나가게 된 것은 지난 3월 16일에 벌어진 한편의 무자비한 학살극 때문이었습니다.
금호, 지역민 사랑으로 자란 회사
이미 작년 말 운송료 30원 인상을 합의해 놓고도 회사는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였고, 이에 항의하여 배달을 거부한 노동자들에게 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사실상 해고)를 통보하였습니다. 그것도 손전화기 문자로 말입니다.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해고는 학살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운송료 30원 때문에 해고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었고, 합의 파기 및 해고로 이어지는 순서는 이미 치밀히 계획된 시나리오에 불과하였습니다. 마치 80년 5월의 ‘화려한 휴가’처럼 말입니다.
계약해지 통보 이후 곧바로 다른 지역의 대체인력이 투입 되었고, 그들을 먹이고 재우는데 드는 비용과 이 지역 상황과 지리를 몰라 발생하는 배달사고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금호그룹은 ‘광주고속’으로 기억될 만큼 이 지역 대표적인 토착기업이요,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회사입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출장이 많은 직업이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금호고속’을 애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금호그룹의 경영형태는 한마디로 배은망덕(背恩忘德)의 극치입니다. 내세운 경영철학이 ‘이웃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요 ‘ 종업원과 함께 가꾸는 기업’입니다. 또한 아름다운 기업을 위한 실천과제 중 첫 번째가 ‘지탄받지 않는 경영’입니다.
정말로 그렇다면 힘 있고 돈 있는 회사가 먼저 설득하고 양보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설사 어려움이 있더라도 임금과 고용 모두가 벼랑 끝에 서있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자체를 불온시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낡은 경영철학이요, 이번 사태를 빚어낸 근본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박사의 말을 빌리더라도 반(反)노조 정책은 노동자들의 구매력과 생산의욕을 낮춤으로서 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런 정책은 잘못된 것입니다.
금호 불매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하물며 지역민들의 사랑 속에서 성장한 기업이 스스로 내세운 경영철학을 거역(拒逆)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숭고한 5월과 광주의 이름으로 금호그룹이 50여명의 대한통운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고, 고 박종태 노동자 앞에 사과하는 그날까지 금호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을 광주시민들께 간곡히 제안 드립니다.
저는 오늘 이 순간부터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 항공, 대한통운 택배를 결코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 금호그룹의 악덕(惡德)을 널리 알리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것이 미약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다시서는 5월 영령들과 故 박종태 노동자의 정신을 기리며.
명등룡 (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