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대통령
내 마음 속 대통령
  • 오주섭
  • 승인 2009.05.2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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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섭 광주경실련 자치분권위원장

5월23일 토요일 아침 8시경 TV에서 흘러나오는 고 노무현대통령의 황망한 소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냐 이건 오보야” 나의 바람도 헛되이 9시30분경 공식적으로 서거가 발표되었다. 이토록 비통할 수가 있는가? 어찌 이리 황망할 수가 있는가?
 
93년 K은행에서 노조간부로 재직할 당시 나는 그 분을 처음 뵈었다. 92년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재도전했던 그분은 끝내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을 하였다. 야인으로 있을 때 노조간부 교육에 강사로 그분을 초대하였다.

노동인권변호사로 5공청문회 스타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지만 그 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였다. 당시만 해도 국회의원하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권력의 상징이었다. 비서 한명을 대동하고 교육 장소에 택시를 타고 왔다.

교육 시작 전 차 한 잔을 같이 했다. 너무나 소탈하고 겸손하며 권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옆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함이 금새 동지 의식을 갖게 했다.

“이런 분이 우리나라 정치에서 큰 역할을 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그분의 우직하고 바보스러운 정치 행보를 보며 점차 그 분을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약속 잘 지켰던 정치인 노무현
 
2000년 K은행이 퇴출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그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정치인들은 대개 ‘립 서비스’에 그쳤지만 그 분은 우리가 건네준 자료를 검토한 후 해당 기관에 알아보고 반드시 피드백을 해줬다.

정치인 노무현은 참 약속을 잘 지키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당시 그 분의 도움은 지방은행인 K은행이 회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분은 평소의 삶 속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뜻을 같이하는” 동지로 만들었던 것 같다.
  
93년 처음 만난 이후 그 분은 9년 만에 우리의 대통령이 되었다. 너무도 기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우리 사회 비주류였던 분이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로  그 분의 삶 속에 녹아있는 철학과 비전, 진정성을 사람들이 존경하며 믿고 따랐기 때문이다. 존경심에 바탕을 둔 ‘원칙 중심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

그 분이 꿈꾸던 큰 뜻 잊지 말자
 
지난 26일 봉하 마을에 조문을 다녀왔다. 수많은 추모 인파 속에서 더욱 살아나고 있는 그 분을 보았다. “대통령님의 큰 뜻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항상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이제는 슬픔과 비통함을 추스르고 그분이 꿈꾸었던 대동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 나가야 할 때다. 진정으로 화합하고 통합하는 세상,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 권위의식과 지역주의 타파, 남북관계 개선 등을 통해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제 마음속 아니 우리들의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바보 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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