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교실에 거는 기대
인문학교실에 거는 기대
  • 노영필 전남고,철학박사
  • 승인 2011.10.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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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 찌든 중고생한테 한줄기 숨통을 틔워주는 인문학 교실이 열린다. 광주시교육청은 26일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 탓에 사라지고 있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복원하기 위해 두 달 동안 청소년 인문학 교실인 ‘와이파이’(WIFI)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와이파이(We can make it with Intellect, Friendship and Imagination)는 중고생들한테 사유와 우정, 상상력을 길러주는 공간을 뜻한다.

9월28일~11월16일엔 주마다 한 차례 광주교육연수원 민주인권교육센터에서 △나, 우주가 창조한 걸작품 △내 몸이 말하는 나 △특별한 너, 예술가 △역사, 고통과의 마주침 등 7차례 강연을 연다. 이어 11월26~27일엔 1박2일 인문학 캠프를 열어 △성장, 그 불편한 진실 △자, 함께 걷는 거야 △잠자리 눈으로 다시 보기 등 특강을 듣고, 모둠별 토론을 벌여 공존의 기쁨을 깨닫는다.

지난 9월 20일자 모 일간지 안관옥 기자의 기사다. 광주시교육청이 공약사항의 이행 의지로 인문학교실을 열었다는 보도다.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잘만 한다면 인문학은 광주교육의 희망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을 것이요, 새로운 교육지평을 열 수 있는 발화점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많은 전문가들은 인문학을 외면하고 천재들의 창의성을 논의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애플사 CEO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으면 회사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이 세상에 없는 소크라테스와 어떻게 점심식사를 하겠는가.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발상을 갈구하는 화두를 던진 게 아닐까 싶다.

저 유명한 아인슈타인, 처칠, 에디슨 등은 어릴 때 모두 문제아였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시카고대학’은 일찍이 둔재들만 가던 삼류대학교였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스튜어트 밀, 카네기, 워런 버핏, 우리나라 최고경영자 이병철, 정주영, 희대의 최고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문고전 독서를 탐닉했다는 점, 그들을 천재로 탈바꿈시킨 비결의 이면에는 인문학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이 서늘한 계절에 ‘와이파이’의 개설은 맑은 희망이다. 기분이 좋다. 책읽기에 적당한 기온이 생체리듬마저 경쾌하게 만든다. 소박한 바램이라면 인문학 콜로키움, 인문학 아카데미, 인문학 센터, 인문학 세미나 등을 더 많이 열어 어려운 인문학이 아니라 쉬운 인문학과 놀며, 인문학이 샘솟는 샘터를 만들면 좋겠다.

우리 지역은 고급문화를 생산해야 할 사명감을 짊어진 곳이다. 문화인들만 중심이 되는 문화수도일 수 없다. 아이디어는 인문학적 기초위에서 만들어지고 그것이 문화로 이어져, 산업으로 연동되는 불요불급의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제대로 된 문화중심도시를 가꾸려면 광주교육이 아이디어를 교육하고 산업으로 연결되는 아이디어뱅크를 풍부하게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려면 고전에 대한 원론적 접근, 근원적인 질문이 자발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독서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한때 광주는 전국의 독서교육을 주도한 적이 있었다. 이왕 추진하는 일이라면 사유와 우정,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해 독서교육을 한층 심화시켰으면 한다. 초등학교부터 인문학적 고전을 읽게 하고, 중학교 때는 사고력이 형성되고 표현능력이 형성될 수 있는 문화예술분야까지 다양한 독서를 체계화시킬 필요가 있다.

‘인문학교실’의 개설은 광주교육이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착지점 중의 하나이다. 진보라는 프리즘으로만 현실을 재단할 것이 아니라 천재교육을 자극할 수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 첫 단추로 인문학교실을 열었으니 ‘인문학중흥위원회’같은 상설기구를 만들어 중장기적인 광주교육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프로그램 유지를 위해서 말이다.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스티브잡스의 타계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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