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명가 광주금호고 최수용 감독(47)
기존 강압적 지도교육 탈피…심리훈련 도입
기술과 체력 30%, 집중력과 판단력이 70%

어렵게 만난 그가 내심 반가워 축구는 삶과 어떤 관계였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숙명’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그의 놀이 감은 축구공이었다. 공 하나만 있으면 공터, 골목, 마당이 어김없는 놀이터가 되었다. 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발로 공을 몰아가며 나무 사이사이를 돌아 나아갔다. 공이 발에 있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민첩해졌다. 그때는 축구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정한 건 아니었다.
단지 공을 가지고 노는 게 행복하고 즐거웠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타고난 그의 기량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목표를 세웠다. 브라질의 펠레 같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목표가 명징해진 그는 오직 축구선수가 되는 길에 전력 질주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의 승리를 위한 축구는 만만치 않는 상대였다. 축구에 특화된 체력훈련에 부상을 입기도 하고 지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신기했다. 혹독한 체력훈련에도 꿈은 변하지 않았다. 뚜렷한 목표의식 때문이었다.
그렇게 금호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축구부에서 활약하다 졸업하고 대우축구단에 들어갔다. 그런 후 현재 일본 오미야 아르디자 프로 축구팀 감독으로 있는 장외룡 감독과 일본 PJM 퓨처스 축구단에서 3년, 캐나다 토론토 Z축구팀에서 2년의 선수생활을 하고 귀국해 1995년 모교인 금호고등학교에 감독으로 부임되었다.
감독으로 부임한 뒤 바로 선수들에게 자신만의 지도 스타일을 적용하지 않았다. 우선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분석했다. 그의 지도스타일은 파워플한 카리스마 교육이 아닌, 선수생활하면서 직접 경험한 심리학적 원리에 기반을 둔 교육이었다.
“타고난 기술과 체력과 전술이 30%이면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심리는 70%입니다. 축구는 다른 종목과는 다르게 고도의 집중력과 정확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위기 때 오는 마음을 조절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신체학적인 교육에 습득된 선수들은 그의 심리훈련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럴수록 그는, 심리훈련에 조급증을 내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긴장과 불안을 조절하는 훈련, 동작을 취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시합 상황을 그려보는 등의 심리훈련 지도를 계속했다.
“선수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죠. 영화 속의 연기자가 되라고요. 관람객은 스크린 속의 연기자들이 펼치는 말과 행위에 갖은 감정을 드러냅니다. 축구경기도 마찬가지로 운동장에서 이뤄지는 참여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기죠. 득점하기 위해 공을 스피드하게 연결하고 패스하며 골슛 할 때 감격하고 흥분합니다. 즉, 심리가 경기를 이기기 위한 전략과 기술을 낳는다는 뜻입니다.”

주목할 만한 우승은 2006년, 2007년에 치러진 42회, 43회 추계한국 고등학교축구연맹전 2연패다. 43회는 108팀이 참가했던 터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후로도 그라운드에서의 행복한 전과는 계속되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관계성이죠. 지도자와 선수, 선배와 후배가 아닌 형이나 동생 같은, 서로 위하고 아끼는 친밀감을 형성해 지겨움이나 힘든 것을 재밌게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제자들도 키워냈다. 기성용, 고창현, 김승현 외에 박현범, 김경중, 정석화, 백성동 등이었다.
“전국학교 한 학년에서 축구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30명인데 그 중 특출한 애들은 현대나 삼성 기업으로 뽑혀가고 나머지가 저희 학교로 오죠. 그런 아이들이 주목받는 인재로 만들어질 때 보람이 있죠. 구례출신 고창현 같은 선수죠. 172센티의 신장조건을 가졌어도 목표의식이 뚜렷해 성공할 수 있었죠. 현재 2학년에 고창현처럼 주목되는 학생이 김의도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최 감독은 보람 외에 해마다 겪는 안타까움도 있다. 축구를 한다 해서 모두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는 없다. 3년간 축구를 위해 전력질주 했지만 감독들은 각각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한다. 이 시기에 심리적 변화가 와서 정말 재능 있는 아이들이 미리 축구를 포기하고 사회로 진출해버리는 모습들보면 안타깝다 했다.
“가슴이 아프죠. 개인적으로 큰 손실이죠. 이런 축구계의 좁은 취업문의 손실을 막기 위해 현재 금호고등학교는 주말리그를 합니다. 학업과의 병행인데 장점이라고 봐야죠.”
마지막으로 그는 광주 축구계의 발전을 위한 말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광주월드컵 경기장에서 4강전이 치러졌고 또 이겼습니다. 우리 광주로서는 역사적인 것인데 광역시 중 광주만 프로축구단이 없어요. 시민의 한 사람으로 광주도 프로축구단이 결성 돼 더욱 발전된 문화예술의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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