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들은 원전사고 위험을 가장 큰 외부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원자력, 석탄 등의 발전을 축소하고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월 18일,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VIP리포트[8-11(통권 726호)]를 통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0월 30일에 발표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VIP리포트, 17-35(통권 708호)]와의 비교를 통해 국민 인식의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자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①에너지 전환에 대한 지지 ②외부 비용에 대한 인식 ③전력 공급 방식에 대한 선호 ④비용 지불 의사 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2018년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전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p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항목>
이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찬성이 84.6%로 국민 대다수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가 89.8%로 찬성 여론이 가장 높았으며, 40대 89.1%, 20대 87.6%, 50대 82.9%, 60대 이상 74.5%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전 조사(2017.10)와 비교했을 때 찬성 응답이 6.8%p 증가하였고, 현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가 적당하다는 의견도 10.8%p 증가하여,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민들은 원전사고 위험(86.5%)을 가장 큰 외부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다음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및 원전 해체(78.9%), 미세먼지(73.8%), 온실가스(68.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전 조사에 비해 미세먼지의 외부비용을 크게 느끼는 비율이 9.9%p나 높아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증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외부비용(External costs)이란 일반적으로 경제활동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 86.5% 원전 사고시 사회적 비용이 클 것
이와 관련 국민의 86.5%가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클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 조사에 비해 4.1%p 증가한 수치다. 전체 응답 중 원전사고의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크다‘(60.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큰 편이다’(26.6%), ‘보통이다’(9.3%), ‘작은 편이다’(1.5%), ‘매우 작다’(1.1%)의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국민의 78.9%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및 노후 원전 해체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 조사에 비해 3.7%p 증가한 수치다. 전체 응답 중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및 노후 원전 해체의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크다(42.9%)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큰 편이다‘(36.0%), ‘보통이다’(15.4%), ‘작은 편이다’(1.8%), ‘매우 작다’(0.8%)의 순으로 조사됐다.
전력공급 방식에 있어서는 조사 대상의 57.2%(이전 조사 50.6%)가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과 에너지원의 비용을 함께 고려하여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환경급전 원칙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산 비용이 조금이라도 적게 드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부터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경제급전 원칙에 찬성하는 비율은 8.8%에 불과했으며, 이는 이전 조사(11.2%)에 비해서도 낮아진 결과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
또한 국민 대다수는 원자력, 석탄 발전을 축소하고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발전과 석탄 발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67.2%, 75.9%로 나타났으며, 천연가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63.6%(이전조사 55.0%), 84.2%(이전조사 76.4%)로 나타났다.
반면, 천연가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점진적 확대+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63.6%(이전조사 55.0%), 84.2%(이전조사 76.4%)로 나타나, 이전 조사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 같이 국민들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국민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원전 가동률이 낮아지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탈원전 행보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전기요금은 오를 것이라는 우려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탈원전 선언 이후 1년간 국내 원전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작년 초 75%를 웃돌던 원전 가동률은 올해 1~4월 평균 56%대까지 낮아졌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원전 총 24기 중 올해 들어 가동 중단된 원전은 한때 11기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9기로 다소 줄어든 상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올 하반기에 원전가동률이 77.3%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가동률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4월까지 원전 이용률이 감소한 원인은 안전점검을 위한 예방 정비 때문에 일부 원전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지되었기 때문이며, 하반기에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향후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고려할 때 하반기 원전 이용률은 77.3%로 상승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을 포함한 특정 부문의 요금 개편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가지고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도 밝히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 인상된다는 판단은 오류
한편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는 판단은 오류’라는 주장도 있다.
탈원전 반대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인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년 내 전기요금 인상이 없고 5년 뒤에도 인상요인은 제한적일 것. 다만, 2030년 전기요금은 석탄가격과 유가, 가스값 인상여부에 달려있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주의 경우 신재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환경규제로 인한 가스전 개발 저조 등에다 내수 LNG 가격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노후설비 교체, 안전기준 강화 등으로 송배전 비용이 증가한 것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캐나다의 경우도 2003년부터 16년간 전기요금이 약 2.5배 오른 것은 사실이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 때문만은 아니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재생에너지만 확대된 것이 아니라 원전도 증가했고, 무엇보다 전력수요 감소로 인한 전력설비 과잉,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 시장가격보다 높은 재생에너지 보장가격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에너지 전환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이 맞물려 발생한 것
이처럼 탈원전 관련 전기요금 인상 이슈가 있는 주요국의 경우 신재생 확대 자체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이 맞물려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여기서 점검해봐야 할 또 다른 중요한 대목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을 국민들이 감수할 수 있느냐 인데, 현대경제연구원이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경우 얼마나 부담할 의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지불의사금액(Willingness to Pay)’ 조사에서 국민들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월 15,013원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조사(월 13,680원)에 비해 9.7% 늘어난 것이다.
연령별로는 40대가 월 18,912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30대 월 16,001원, 50대 월 14,510원, 20대 월 13,223원 순이며, 60대 이상이 월 12,147원으로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