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립소록도 병원이 개원한 지 103주년 되는 날이다. 1916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한센인들을 격리하여 집단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물이 좋고 육지와 가까운 섬 지역을 물색한 끝에 소록도를 적지로 지정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강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섬의 약 1/5에 해당하는 30여만 평에 대해 집과 땅을 강제로 매수하여 그곳에 자혜의원(慈惠醫院)이라는 병원을 개원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한센병과 관련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 소록도는 ‘작은 사슴 섬’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으로 이곳 한센인들은 작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며 병원 개원을 기념하기 위하여 매년 5월 17일 병원 개원을 축하하는 운동회를 개최하는 등 갖가지 축제의 한마당을 개최해 오고 있다.
어찌 보면 축제라기보다는 그들의 애환과 아픔을 달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놀이의 하나로 7개 마을 공동체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소싯적 소록도 운동회가 열리는 날에는 어머니를 졸라 소록도에서 열리는 운동회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을 정도로 전국의 한센인들이 소록도에 모여 축제를 열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소록도의 원생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지금은 다소 나아진 형편이지만 1960년대 7,000여 명에 달하는 원생들이 거주할 당시에는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된 치료조차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한센인들의 인권을 논한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런데 소록도 한센인들의 축제가 열리고 있던 16일, 자한당 국회의원 김현아는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비유하는 막말을 했다. 그가 한 번쯤 한센인들의 아픈 삶에 대하여 고민을 했더라면 그러한 천박한 비유는 없었을 터인데 의학적 용어라는 이름으로 한센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막말을 공중파 방송에서 했다는 점에서 이처럼 몰상식한 국회의원은 더 이상 정치권에 발붙일 수 없도록 모든 한센인들은 스스로 인권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한센인들은 천형의 병이니 문둥병이니 하며 가족으로부터 경원시당할 수밖에 없었고, 일반인들에게는 아예 무시를 당했던 아픔을 간직하고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자한당의 국회의원 김현아는 문재인 대통령을 의학적 용어라면서 한센병 환자로 비유를 하였다.
이러한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지만 한센인에 대한 인권침해 발언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김현아 의원이야말로 한센인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픔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한센병자가 아닌가 싶다. 한센인들에겐 죄송하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김현아 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이 부족하다 할 것인 바, 자한당은 이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당사자는 한센인에 대하여 석고대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요즘 정치권 특히 자한당 일부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논란이 되는 것은 한 개인의 가정교육에서부터 성장과정에 이르기까지 소양부족에 따른 인격 탓도 있겠지만 막말로 인하여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언어의 유희로 당 대표에게 충성심을 각인시켜 보려는 얄팍한 술수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인권을 침해하는 언행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평생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한센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아픔을 보듬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에 대한 인권을 침해하는 언행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인술을 펼치고 있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에 다름 아닌 막말로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한 자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각성해야 할 것이다.
한센병의 경우 오늘날엔 의술의 발달로 발병하더라도 완치가 가능하고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없다는 점에서 더 이상 천형의 병이나 문둥병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