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직선거법 위반…특정 정당· 특정 후보 지지 발언 아니다
문 대통령 명예훼손…'문재인 간첩' 수사적 표현에 불과
法, 현직 대통령은 공인이기에 이념 비판은 자유로워야 .
공직선거법과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무죄라고 판단한 기준은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전 목사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 목사의 선거운동에 관한 발언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 발언으로 볼 수도 없을뿐더러 전 목사의 발언은 특정 후보자 개인을 두고 한 발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 목사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9일 대구·경북 지도자 기도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자유 우파 정당들이 다 합쳐서 200석을 하면 대한민국은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올해 1월 “비례대표 찍을 때 기독자유당을 찍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도 사실 기독당이었으니까 잘 협력해 그쪽은 지역구에서 다 당선되기를 바라고” 등의 발언을 했다.
특히 법원이 관심있게 들여다 본 것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 않은 발언은 선거운동 아니다”라는 대목이다.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한다.
선거 운동의 핵심적인 개념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데 있다.
이는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 및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였다.
재판부가 “선거운동에서 특정 개인 후보자가 전제되지 않으면 ‘당선 또는 낙선’이라는 개념 자체를 상정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그래서다.
지역구 선거뿐 아니라 비례대표 선거라고 하더라도 정당의 당선 또는 낙선이 아니라 의석 규모 결정을 통한 비례대표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개별 후보자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선거운동 개념을 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법원이 법에 저촉되는 선거운동을 폭넓게 해석할 때 다수 국민이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주목을 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의 개념을 엄격히 제한해 해석하지 않으면 국민이 특정 정당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 발언을 하는 것은 모두 선거운동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고, 사전선거운동 등 위법한 선거운동에 해당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운동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명백히 반하는 법 해석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자유우파 정당’은 의미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전 목사의 발언은 국회의원 정당 후보자 등록일(3월 27일) 이전이어서 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선거법은 국회의원 선거기간을 14일로 정하며 이 기간 이전의 선거운동을 제한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명예훼손죄와 관련, “'문재인 간첩'은 수사적 표현”은 명예훼손 아니다고 판단했다.
앞서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과 12월 문재인 퇴진 범국민대회에서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비난하며 ‘문재인이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가 전 목사의 이런 발언을 사실로 모두 인정할 수 있지만, 이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간첩’이라는 용어가 수사학적, 비유적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 만큼 이 말을 썼다고 해서 바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전 목사의 발언 맥락을 볼 때 ‘과거 간첩으로 평가된 사람을 우호적으로 재평가하는 사람’‘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정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문 대통령이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발언도 사실 적시가 아니라고 봤다. 전 목사는 그 나름대로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낸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 사건 피해자는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이라며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 목사가 나름의 검증 결과로 제시한 표현까지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