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산사태 ‘예견된 인재’...경찰 압수수색
민물 유입에 강진 마량 전복 폐사 200억원 규모
군·공무원·자원봉사자 지원 속 응급 복구를
연일 양동이로 쏟아 부은 듯 500㎜가 넘는 늦 장맛비가 내린 전남지역은 그야말로 하늘도 무심하다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수재민들은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 다음 주 폭염이 시작되기 전에 한마음으로 응급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산사태, 하천 범람으로 인해 어르신 3명이 사망했다. 침수·파손 등으로 인한 이재민만 수백여 명에 달하고, 농경지 침수 및 한우, 닭, 전복 등 농축수산물과 도로 유실 등의 피해 규모도 약 700여 억원에 이르고 있다.
● 날씨 전망
최근 5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전남지역에는 8일 오후와 9일 밤사이 곳에 따라 비가 내리고 오는 10일까지 대기 불안정에 따른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의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다행히 전남 일부 지역에 내려진 호우 예비특보가 해제되면서 장마전선의 영향권에서도 점차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다음 주 부터는 폭염특보가 내려질 것으로 보여 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군관민이 하나돼 수해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인명 피해 및 보상
6일 새벽 3시께 해남군 삼산면에서는 60대 여성이 범람한 계곡물이 주택을 덮치는 바람에 숨졌다.
이날 밤에는 장흥군 장흥읍 영전리의 한 수로 주변에서 70대 노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오전에는 광양시 진상면에서 80대 노인이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 등에 매몰돼 숨졌다.
공교롭게도 이번 장맛비는 어르신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셈이다.
전남도는 세분의 유가족에게 도민안전 공제보험금을 2000만원까지 지원키로 했다.
● 광양 산사태는 엄연한 ‘人災’
80대의 목숨을 앗아간 광양시 진상면 탄치 마을 산사태 현장은 엄청난 양의 토사가 덮치면서 주택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나무도 뿌리째 뽑혀 나뒹굴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배경에는 한 건설사가 이 마을 뒷산에 숙박시설 3동을 짓기 위해 2019년부터 지반 평탄 작업을 해왔으나 폭우에 대한 사전 대비가 미흡한데서 비롯됐다.
말하자면 ‘예견된 인재’였다.
마을 주민들은 산사태 등이 우려된다며 안전사고 예방 조처를 철저히 해달라며 광양시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7일 건설 현장 사무실과 광양시청 담당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 강진 마량 전복양식장 피해
강진 마량 앞 바다에서는 육지로부터 밀려 온 민물이 해안선에서 1㎞ 떨어진 전복 양식장을 덮치면서 양식장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규모는 40ha에 이르는 전복 양식장 중 절반 가량이 폐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규모는 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복이 정상적으로 생장하기 위해서는 바닷물 염도가 30~32ppt는 돼야 하지만, 이번 장마로 염도가 15ppt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육상에서 불어난 민물이 바다로 대거 유입되면서 강진은 물론 장흥·진도 군 어가 29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농작물 침수· 이재민 피해 현황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해남 현산면 533㎜를 최고로 평균 231.8㎜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전남지역 재산피해는 68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벼 논 2만4755㏊, 밭작물 173.9㏊, 과수 8㏊가 침수됐고 10개 시·군 농가 122곳이 축사피해를 입었다. 한우 오리등 가축 폐사는 6개 시·군 농가 14곳에서 21만2000마리로 집계됐다.
절개지 낙석과 도로사면 토사유실, 하천 및 제방유실 등 도로·하천·농업기반시설·상하수도 등 공공기설 피해도 148건에 달한다.
이재민은 495세대 839명이 발생했고, 33세대 30명은 일시 대피 중이다.
●수해 복구 및 피해보상
전남도와 시·군은 재난상황실을 가동하고 피해규모를 집계하고 있으나 그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집계 속에 전남도는 군병력과 공무원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가용자원의 지원 속에 긴급 복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재산 피해규모가 큰 지역에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피해를 당한 이재민에 대해서는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한편 담요·간소복 등 응급구호물품을 지급했다.
파손된 주택에는 임시주거용 조립주택을 지원하고 최대 1600만원의 재난지원금과 최대 2억원의 주택개량 저리융자를 지원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집중호우 피해지역에 대한 응급복구와 피해조사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불합리하거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정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