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재고 36만t 최근 5년내 최다
쌀값 300원에 소비량은 계속 줄어
정부, 공급과잉 시장격리 뒷짐
쌀은 남아도는데 정부가 시장격리에 뒷짐만 지고 있어 전남 농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쌀값 급락이 불 보듯 하기 때문이다.
15일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남지역 조곡(粗穀·수확한 그대로의 알곡) 재고는 36만1000t으로, 최근 5년 내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4000t보다 무려 61.2%(13만7000t) 많은 양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매입 계획량을 전년(33만1000t)에 비해 5.7%(1만9000t) 올리는 데 그쳤다.
전남 배정량은 8만8800t에서 9만1000t으로, 2.5%(2200t) 늘린데 불과했다.
올해 전남 지역의 쌀 생산량은 전년보다 10만1838t(14.8%) 증가한 78만9650t이 될 것으로 보인다.
‘6년 만의 풍년’에 올해 전남 쌀 재고량은 최근 5년 내 최다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밥 한 공기에 드는 쌀값은 300원도 채 안된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7.7㎏에 지나지 않았다.
하루 158g, 한 끼에 52.7g을 먹는 셈이다. 전년(59.2㎏)보다는 1.5㎏ 감소하고, 10년 전(72.8㎏)보다는 15.1㎏ 줄었다. 식당에서 공깃밥 한 공기를 만드는 데 드는 쌀이 100g인데, 하루 두 공기도 먹지 않는 셈이다.
1g당 2.6원인 산지 쌀값에 비춰 환산한 한 끼(52.7g) 쌀 가격은 138.6원이다. 세끼를 꼬박꼬박 먹더라도 500원이 채 되지 않는 415.7원에 불과하다. 농민들이 아무리 줄기차게 요구해도 밥 한 공기(100g)당 쌀값은 262.9원으로, 300원 선을 넘지 못한다.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매가도 1㎏당 ‘커피 한 잔’ 값이 나오지 않는다. 이달 말 윤곽이 드러나는 올해 수매가를 조곡 40㎏당 6만2000~6만3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당 1550~1575원이 된다.
이처럼 쌀 소비량이 지난 1984년(130.1㎏) 이후 한 해도 빠짐 없이 줄고 있는 속에 쌀값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달 5일 기준 산지 쌀값(정곡 20㎏)은 5만2586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3.2%(-1741원) 떨어졌다. 수확기 들어 쌀값은 두 달 연속 하락 추세다.
이 같은 쌀 푸대접 속에 지난 50년 동안 전남 쌀 재배면적은 4분의 1이 감소했다. 올해 전남 쌀 재배면적은 15만5435㏊로, 50년 전인 1971년(20만8083㏊)보다 25.3% 줄었다. 50년 새 없어진 쌀 논밭은 5만2648㏊로, 이는 여수시(5만1225㏊) 전체 면적을 웃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2019년 기준)은 각각 21.0% 45.8%으로, 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변화에 따른 전 세계적 식량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러한 농민들의 고충 속에 지난해 정부는 수확기 쌀값이 목표가격 보다 낮을 경우 쌀값 일부를 보전해주는 ‘쌀 목표가격제’(변동직불제)를 시행 14년 만에 폐지했다.
대신 ‘쌀 자동시장격리’ 등 강력한 조치로 쌀값을 보장하겠다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정작 첫해부터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내년 국가예산은 사상 첫 600조원 시대를 맞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농업예산 비중은 2.8%(16조8767억원)로 역대 최소 수준으로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