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으로 새역사 쓴 '황동혁'은?
'오겜'으로 새역사 쓴 '황동혁'은?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2.09.13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상 스필버그 "당신 뇌 훔치고 싶다"극찬
서울대 영화학과·LA 오겜데이…황동혁 효과?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최초로 에미상 드라마시리즈 부문 감독상을 거머쥔 황동혁(51) 감독.
그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린다.

12일(미국 현지 시간)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감독 최초 드라마시리즈부문 감독상을 차지한 황동혁
12일(미국 현지 시간)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감독 최초 드라마시리즈 부문 감독상을 차지한 황동혁

한국 배우들이 한국말로 연기한 이 드라마가 전 세계 1억1100만 가구(2021년 넷플릭스 집계)가 본 글로벌 히트작에 등극하며 할리우드 역사를 바꿔 놨다는 점에서다.
미국 방송 분야 최고 권위의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작품이 작품상‧남우주연상 후보에 진출한 것부터 74년 시상식 역사상 최초였다는 것도 이목을 끌고 남는다.
홀어머니‧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그가 은행 잔고 1만원도 안 됐던 2008년 쓰기 시작한 영화 시나리오가 10여년 뒤 글로벌 OTT(넷플릭스) 드라마로 완성돼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미국 타임지가 지난 5월 황 감독을 애플 CEO 팀 쿡, 오프라 윈프리 등과 함께 ‘2022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뽑힌 황 감독을 이렇게 평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진실을 드러내는 복잡하고 야만적인 세계를 시각화하는 데 탁월했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으로 처음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그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6개의 치아를 잃은 고생과 맞바꾼 완성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황동혁은 봉준호‧박찬욱 등에 비해 세계 무대에서 낯선 이름이었다. ‘오징어 게임’ 이전까진 액션‧스릴러 같은 장르물 이력도 없었다.

그는 서울대 신문학과 90학번 시절 사회 문제에 빠져 살았다. 비디오카메라 촬영에 재미를 붙여 미국 LA 남가주대(USC) 영화학과 석사를 하면서 재미교포 배우 칼 윤과 만든 한국인 입양아 단편 ‘미라클 마일’이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이후 ‘오징어 게임’ 전작인 영화 ‘남한산성’(2017)은 병자호란 무대의 정통 사극이다. 이런 그의 연출 색깔을 간략히 정의한다면 친숙한 소재를 신선하되 쉽게 변주해 대중성을 높인 상업 기획영화다.
황동혁은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로 부터 ‘당신의 뇌를 훔치고 싶다’고 했던 것”을 들기도 했다.

“25단어 이내로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은 영화”라고 믿은 스필버그의 수칙에 대부분 부합하는 황동혁 영화는 일찌감치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됐다.
‘70대 할머니가 스무살 몸으로 돌아가 가수의 꿈을 이루는 소위 ,‘수상한 그녀’는 가족을 위한 기성세대의 헌신, 사랑 이야기에 웃음과 눈물을 버무려 보편적 공감대를 얻었다.
8개국 이상 다국적 리메이크 제작이 진행된 최초 사례가 됐다.
중국‧베트남 판이 현지에서 큰 흥행을 거뒀고 영어‧스페인어 판도 계획 중이다.

낯선 게임 설정의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은 데는 국경을 초월한 불공정 사회에 대한 비판적 묘사도 한 몫을 했다. 시대적 함의는 그의 영화마다 빠지지 않는 요소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장애인 학교의 학대 실화를 파헤친 영화 ‘도가니’는 당시 사건 재조사 요구가 빗발치는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후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특례법 개정안, 일명 ‘도가니법’ 마련의 발판이 됐다.

그의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가 유독 돋보인다. 호감 가는 인물 묘사에 절묘한 캐스팅으로 배우의 최고 기량을 끌어낸다.

그래서인지 황 감독의 모교 서울대는 ‘오징어 게임’ 열풍 이후 올 2월 한류 등 미디어‧예술 환경의 변화 속에 ‘영화학’ 연계 전공 설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가 영화 유학을 했던 미국 LA시는 한국 작품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기리기 위해 매년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제정한다고 지난 9일 선포했다.

그가 현재 대본 집필 중인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세계 여러 지역으로 무대를 확장해 더 많은 게임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4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황 감독은 차기작으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에 영감 받은 영화 ‘노인 죽이기 클럽’도 준비한다고 밝혀 벌써 관심을 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