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노무현의 리더십, 박태영의 리더십
[투데이오늘]노무현의 리더십, 박태영의 리더십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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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준[언론인. 전 언론노련 사무처장]

첫 만남
노무현: 장관 취임식 날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작성해 준 취임사를 받았다. 장관은 자신이 마련한 취임사와 공무원이 준비한 취임사 중 어떤 것을 읽을 지 고민했다. 먼저 직원들이 작성해 준 취임사를 읽고 그 뒤에 자신이 준비한 얘기를 간략하게 덧붙였다. 직원들이 장관에게서 진정으로 듣고 싶은 내용을 취임사를 담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박태영: 전남지사로 취임하기 열흘 전, 당선자 사무실에서 업무보고가 열렸다. 도지사 당선자는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해 온 국장급 공무원들을 마치 아이 나무라듯 질책했다. 해당 국 소속 과장들이 지켜보는 자리였다. 업무보고는 예정을 서너시간씩 넘기기 일쑤였고, 다음순서 공무원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앞으로 함께 일할 공무원들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었다.

믿음
노무현: 어촌관광사업을 담당했던 과장은 장관과 다른 의견을 내면서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 그런 자심감이 마음에 들어 '그렇게 하라'고 했다.
박태영: 누가 있건 없건 국장들을 마구 질책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했다. 다른 의견을 듣지 않으려고 신문을 보거나 딴청을 부렸다. 지사 앞에서 바른 말을 하려는 사람이 사라져 갔다.

인사
노무현 : 인사의 상당부분을 조직에 위임했다. 장관은 국장급 이상의 인사만 간여했다. 부하들에 대한 국장들의 판단을 존중했고, 승진은 상관, 동료, 부하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다면평가 결과에 따랐다.
박태영 : 인사과정에 해당 실국장은 물론이고 인사주무국장과 행정부지사까지 소외됐다. 인사는 정무직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지사와 정무부지사의 동문이나 동향출신들이 중용됐다.

조직 풍토
노무현 : '열심히 일하면 승진할 수 있다'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박태영 : 공무원들은 자기부서의 장이 자기 인사를 책임져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로 평가받기 보다는 정무라인에 줄을 대야 승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줄었다. 물론 특혜를 받은 소수는 예외이다.

참모
노무현 : 참모와 수평적 관계에서 토론을 벌이는 일이 많았다. 민주당 선대위 국회의원들은 386세대 참모들이 책상에 걸터 앉아 후보와 얘기를 나누는 걸 보고 기겁을 했다고 한다.
박태영 : 어려운 환경에서 명문대에 진학했으며, 젊은 나이에 대기업 이사가 되었다는 자기 과시적 얘기를 자주 한다. 그러지 못한 공무원들은 지사 앞에서 자기 의견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공무원
노무현 : 종무식에서 표창을 받아야 할 과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 과장은 그 시간 기획예산처에서 예산협의를 하고 있었다. 상을 받는 일보다 그 해 해야 할 일을 마무리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태영 : 고위 공무원들이 그동안 기피해왔던 장기교육을 지원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아예 2년 동안 교육을 받겠다는 지원자도 있었다.

설득
노무현 : 국정감사에서 수협비리자료가 공개되면 수협 정상화에 지장을 줄 수 있었다. 장관이 야당의원이 절반인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박태영 : 의회사무처장 인사를 놓고 의회와 격돌했다. 자기 뜻을 관철시키지도 못했다. 사태 수습에도 실패해 도지사가 의회에서 인사문제에 대해 공식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국민
노무현 : 미역값 폭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 장관은 전남도청으로 달려가 어민들을 설득했다. 그 뒤 어민들이 자율적으로 10% 생산감축운동을 벌였다.
박태영 :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이후 여수 시민들을 직접 만나 대책을 논의하라는 주위의 권고를 무시했다. 여수 시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궐기대회를 열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미래
노무현 : 2002년 16대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 속에 2월 25일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내용은 해양수산부장관시절을 기록한 '노무현의 리더십이야기'에서 발췌했고, 박태영 전남지사에 관한 내용은 전남도청 출입기자들의 증언을 모았다.

/정병준(언론인. 전 언론노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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