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난 신춘정가에 개혁 새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식을 한 열흘 앞둔 요즈음 청와대 새주인입성의 부푼기대와 함께 벌써부터 지면에 오르내리는 내각구성의 참신한 인물하마평과 함께 김치국마시는 소리도 들릴 듯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끊임없이 준동하는 호전적 전쟁의 엄포도
배경음이 들려오고 있어 두조각난 한반도가 시원히 기지개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입춘 지나면 추위도 한풀 꺽이고 꽁꽁 얼어붙은 대지도 뭉글뭉글 흙김이 피어오르는 해돋이 소식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지만, 항용 만만치 않은 것이 정치,더구나 지구촌 시대, 세계가 한덩어리가 되어 돌아가는 시대이니,이웃나라 사정이 곧 우리 형편과 맞물려있는 시대이다.
우리에게 호불호 선악을 초월하여 지대한 영향관계에 있는 미국의 전쟁선포,이라크 엄포공격명령을 앞두고 북한을 겨냥한 한반도 무력증강의 소식도 결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걸맞는 축포는 아니다. 이 상서롭지 못한 전쟁분위기는 금방 멍울일 듯 부풀은 매화 꽃망을이나 남해안 지방의 동백꽃 소식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옛날에도 대국이나 양반네들이 하는 일 이치도 안맞고 배알도 뒤틀리지만 속으로만 씨팔 씨팔 하는 참이 고작 아니었던가. 우리쪽에 분명 경사이고 새 희망 새바람속에 근사한 취임식과 개혁 정국을 위한 '민족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가고 싶은데, 그 콧대높은 못된 양반들이 수상쩍은 기침을 해대니 사뭇 신경이 거슬릴 수 밖에 없다.
얼마전 김대중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북한에 간 특사 장관은 북쪽의 지도자 면담에 실패했다는 소식이었는데,금번 취임식을 앞두고 보낸 대미 외교관계특사는 어떤 낭보를 안고 돌아올 것인지, 아참 쓰다고 보니 귀하 지면을 군더더기 서론으로 낭비하고 말았다.
아무튼 심상치 않은 중동과
한반도,무슨일을 낼 것만 같은 코큰 양반들의 전쟁 엄포가 살벌한 가운데 설 지나자마자 뜀박질하는 물가와 함께 날씨와는 달리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주름진 서민생활은 여전히 한숨 소리가 베어나오고 있다.
이러나 편치 않을 청와대 옥좌(?)임금이 삼권 독점하고 혼자 책임지던 봉건시대는 아니지만,대선 때의 환호와 승리할때의 찬양과는 달리 다시 대통령의 두 어깨에 온갖 주문을 보내야하는 당선자입장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질 취임후의 그 정치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개혁을 위한 구시대 구정치의 낡은 틀을 청산하고 그 갈등의 늪에서 선명한 밝은 정치의 가느성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낡은 정치,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우선 정치한 사람의 인선에서부터 개혁성과 참신성, 공정성과 도덕성을 필두로 요직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가요의 가사와 같이 '그사람이 그사람'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소설속 제갈공명을 꾸어올 수는 없지만 재탕 삼탕 대뮬림하는 무소견 무소신의 관료형이나 뻘밭속 잘뀌는 미꾸라지형보다는 좀 우직한 돌쇠형이라도
성실하고 정직하고 거짓말안하는 사람이 등장하기 바란다.
거짓말이 왜 나쁜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그 진의판악에 소모할 시간낭비가 아깝고 가짜에 시달리다보면 진짜 사랑할 시간이 없고 결국은 들통날 가짜때문에 한 세월을 허탕치기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거짓말과 가짜에 너무 많이 시달려왔다. 그 결과 지도자와 국민간에 모든 신뢰성이 무너져버렸다. 새 정부는 이 신뢰성회복과 함께 거짓말안하는 정부가 되어주길 당부해마지 않는다.
걸주시대의 백성은 걸주를 닮고 요순시대의 백성은 요순을 닮는다했다. 이나라가 놀부가 판을 치고 놀부가 잘사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변학도가 복권되어 재등장해서는 곤란하다.
/문병란(본지 발행인. 시인. 전 조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