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승리는 정의와 양심 그리고 광주시민의 승리이며 어떤 거짓과 조작이 있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진리를 이번에 보여준 것.”
뇌물수수혐의 피의자 신분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풀려난 박광태 광주시장이 첫번째 기자회견에서 했던 이 발언은, “경제가 살아야 우리 시민이 산다. 뭐니뭐니 해도 우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가는 여타 이야기들과는 달리, 나를 무척이나 헛갈리게 만들었다.
이 발언은 광주시민을 위해 거대한 악의 세력에
항거하다 투옥되어 법정투쟁을 벌이고 천신만고 끝에 무죄가 입증된 사람이나 함직한 발언인데, 내가 아는 박광태씨는 그냥 부정한 뇌물을 받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오락가락하다 1심에서 실형까지 받고 천신만고(?) 끝에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뇌물수수혐의 형사피의자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이 “승리”의 일성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싶다. “나의 승리”가 있으면 “너의 패배”가 있을
테고, 나의 “정의와 양심”이 있으면 너의 “불의와 비양심”이 있을 테고, “광주시민의 승리”가 있으면 “광주시민을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적의
패배”가 있을 테고, “거짓과 조작이 있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아야 했던 내가 있다면 이 만고의 진리를 농락한 무리가
있을 테고, 이들은 반드시 응징해야 마땅할 테고...
자연인 박광태씨가 국회의원을
12년을 지내던 시절에 떠돌던 시시콜콜한 루머들은 유언비어로 생각하자. 2002년 지방선거 전후로 비민주적인 지구당 운영이며 공천자금 심부름에
따른 대가성 공천인사 운운하던 잡음도, 북구청장 후보경선의 혼란도 지난 일이라 치자.
곧이어 광주시장후보 경선파동으로 막판에
후보자리를 낚아챘던 기억도 낯을 찡그리는 정도로 넘어가자. 2000년 7월에 국회산자부위원장 시절 현대건설 임건우 부사장한테서 잔돈푼
3000만원을 받지 않았다고 치자.
서울중앙지법 1차공판에서 “상식적으로 피고인의 지위나 신분으로 볼 때 검찰에서 자백진술이
번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2차 조서에서 뇌물 수수혐의를 시인한 이유는 뭔가?”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검사가 부인하면
구속하고 시인하면 불구속으로 내보내주겠다고 해서 변호사와 상의해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일단 시인했다”고 한 말도 사실이라고
치자.
“2차 조서를 받는 과정에서 강압이나 폭력이 있었나?”라는 물음에 “없었다”고 대답했다든가, “2차 조서를 받을 때
피고인이 부인한다고 하면 그런[부인하는] 조서를 받겠다고 했는데 시인하는 조서를 받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일도 다 “이익의 약속에 의한 자백”이라고 치자.
(참고로 나도 박정희 시절에 페다고지 번역 건으로 남산에서 달려가 주야로
22일간 조사를 받은 적이 있어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는 싶지만, 현직시장의 신분으로 불과 1박2일의 조사에서 그것도 변호사와 상의해가며 한
시인이라 뭔가 석연치 않는 느낌이 든다. “승리”를 외칠 만한 투쟁치고는 강도가 너무 약했다는 말이다.)
구형공판에서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은 금품전달여부에 대해 "임건우 부사장이 영업상 필요하다고 요구해 3천만원을 당시 박광태 산자위원장에게 전달토록 지시했으며 이후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항소심 3차공판에서는 "지시 한 적이 없으며 일일이 사장이 지시하지도 않는다.
본부장들이
알아서 한다. 김재수(당시 건설본부장)· 임건우(당시 부사장)가 검찰에서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면 맞을 것이다"고 한발 빼고, 여기에 피의자는 “돈을
건넸다는 사람을 법정에서 처음 봤다”고 맞장구를 쳤다고 해도 이해하자. 현대건설 부사장, 그것도 1997년부터 2003년 사이에 21차례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기록을 남긴 그런 시시한 사람은 “산자위원장실로 찾아온 잘모르는 사람”이고 “그에게서 돈을 받고” 돈의 성격이 이러하니
봐달라고 부연설명도 없이 “곧바로 골프 이야기를 건넸다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 선뜻 이해가 안간다”고 하자.
이참저참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불의와 비양심의 소유자, 돈을 주지도 않은 사람을 증인으로 내세워 돈을 주었다고 빡빡 우기게
해서 반년이나 광주시정의 공백을 초래하게 한 광주시민의 적은 분명해진다. 협박과 회유로 2차조서에서 혐의를 시인하게 만든 검찰과 여기에
부화뇌동하여 2년6월 실형에 3000만원 추징금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다. 그러니 박광태 광주시장을 주축으로 광주시민은 이들
사법부에 항의하고 사죄와 책임자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박광태씨 말대로 “나의 무죄판결을 계기로 이 땅에 죄 없는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서 죄인으로 만드는 그런 세상이 되지 않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박광태 시장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수사와 법정 구속 등으로 큰 고통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죄가 없는 민선시장을 왜
구속했는지 명쾌한 납득이 있어야 한다”고 한 새천년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의 말은 맞다. 사법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면.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무고한
박광태 시장을 법정구속시켜 광주 시민들의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엄숙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한 새천년민주당 소속 광주시의회
의원들의 주장은 다분히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하여 또 한번 노무현정권과 열린우리당을 공격하여 “승리”를 얻고자 하는 집단적 전술의 표현으로
보이는 것이 나만의 착각일까?
/성찬성(자유기고가)
박시장이 사라지면 박수치시겠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