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림 교수 | ||
이런 점에서 광주전남지역, 나아가 호남과 DJ 사이에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관계가 구축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진 끈끈한 애정, 정치적 지도자이자 정신적 스승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이고, 오랜 기간에 걸친 지역의 희생과 열정에 대한 배려나 지원이 부족했다는 서운함이 내재해있기도 할 것이다.
개표가 끝나고 도청 분수대에 축하행렬이 결집했을 때, 많은 시민들은 지역적 차원에 얽매이지 말고, 전국적 차원의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를 바랜다는 점을 모두 토로했었다. 물론 DJ는 대통령에 재임하던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정착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고, 동서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점은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은 자신의 소임을 훌륭히 마쳤고, 지역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지역차원에서는 아직도 많은 문제가 산적해있다. 5월의 올바른 자리매김에서부터, 참여정부의 최대 공약사항인 ‘광주문화수도’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문제,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켜 지역균형발전을 구축하는 문제, 지역의 차세대 새로운 리더쉽을 형성하는 문제 등등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을 전임대통령에게 바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역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제적, 전국적 차원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북핵문제 및 이와 연관된 미국과 북한의 대립, 이에 따른 남북관계의 변화 등도 심각한 문제이며, 갈수록 심해가는 경기침체, 한국사회의 양분화 현상, 여전한 동서갈등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도 현 정부에게 주어진 책임이지 전임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DJ도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광주방문에 신중했을 것이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급도 신중했을 것이다. 이는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좀더 원론적으로 보자면, ‘비판적, 창조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이제 한 시대를 마감한 지도자를 평가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특히 그동안 존경할 만한 대통령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우리의 역사적 상황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점을 단절하고 어떤 점을 창조적으로 계승할 것인가의 문제는, 지역을 위해서나,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흔히 ‘시대가 인물을 만들기도 하고, 인물이 시대를 만들기도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시대와 지역’이 함께 인물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지역’의 책임도 ‘인물’과 함께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협애한 지역적 시각에 집착하거나 정치적 후광을 바래는 것은 오히려 ‘지역과 DJ’를 욕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원로가 갈수록 사라지는 시대에 DJ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일은 지역과 역사와 미래를 위해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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