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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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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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기은조(자유기고가)
2005년 12월, 여느 때보다 겨울은 일찍 찾아왔다.
물대포로 더욱 차가워진 도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민주노총은 비정규법 개악저지를 위해 총파업을 결의했고, 쌀비준안 동의로 농민들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다다랐다. 황우석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이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쌀비준안이 통과되고, 비정규직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바쁘다. 한국사회의 몇 십년을 결정짓는 이 시기, 황우석 사건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을, 언론은 무책임하게 묻어버리는 것만 같다.

2001년, 막 대학에 입학한 나에게, ‘비정규직’은 참 낯선 단어였다. 그러더니 2006년, 비정규직은 850만명이나 돼 거대한 직종(?)이 되어있었다. 2004년 여름, ‘WTO kills farmer’를 외치던 이경해 열사를 기억한다. 그의 죽음은, 땀흘려 가꾼 땅을 뒤엎을 수 밖에 없고,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빚을 두고 농촌을 떠났던 농민의 모습이었다. 그들 앞에 오늘도 국회의원들은 쌀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고, ‘세계화시대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비정규직, 쌀 개방, 교육 개방, 스크린쿼터 폐지, 경제불황, 빈민, 노숙자, 청년실업 등등,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위의 이슈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돼있다. 이들의 핵심은, 바로 신자유주의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제 나라의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국제법을 어기는 것으로 처리되는 신자유주의. 전세계가 신자유주의에 통합되는 가운데, 우리는 열심히 달렸고, 그래서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었고, 휴대폰 강국이라는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는 신자유주의의 통합과정에서 생기는 과도기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뿌리에서부터 열매 모두를 미국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의 특성상, 한국의 경제 성장, 혹은 성과라고 보기에는 무리이지 않나 싶다. 결국, 신자유주의라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을 중심으로 전지구가 양극화되는 체제 속에서 앞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이 생산되고, 모든 분야에서의 세계적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제 나라의 먹거리 하나, 문화 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전쟁과 빈곤을 확산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반세계화를 외치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질서가 아닌,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다. 민족자립경제건설, 더 나아가 우리에게 바람직한 세계 경제 질서는 민족과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산업은 민족국가 단위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여타 부족한 부분은 상호 평등한 위치에서 교환하는 형태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가까이 개성공단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남북경협에 의한 ‘민족경제수립’은 우리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사회는 지금 신자유주의에 적응하느냐, 아니면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우리민족의 활로를 찾느냐는 갈림길에 서있다.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인가, 2005년 12월, 그 중요한 선택 앞에 어떤 길을 걸어 갈 것인가.

/기은조 자유기고가. 1belie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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