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때는 보수였는데 지금은?
노무현때는 보수였는데 지금은?
  • 문태룡
  • 승인 2009.02.20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태룡 자치분권 전국연대 공동대표

 ‘저는 노무현 때까지만 해도 보수였는데 지금은 진보입니다 ㅋㅋ’ 
 이것은 어느 조사기관의 ‘한국인 정치성향 자가진단’ 설문에 답한 연후 댓글로 자신의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이 조사·진단 프로그램은 온라인상에서 2007년 4월부터 현재까지 계속 서비스되고 있는데, 오프라인 상에서는 작년 10월 전화를 통한 설문조사도 한 적도 있다.

이 조사방법을 일명 ‘블런델-고스초크 모델’이라하는데 1997년 존 블런델(John Blundell)과 브라이언 고스초크(Brian Gosschalk)가 전통적 좌우대립 축(경제적 태도에 따른 분류법)에 개인주의 축을 추가한 모델을 적용하여 영국민을 대상으로 경제적 사회적 태도에 따라 보수주의적, 자유주의적, 사민주의적, 권위주의적 등 네 집단으로 나누는 분석을 시도한 것으로 이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조사방법론이다.
  
서구는 보-혁 한국은 권-혁
  
흥미로운 것은 한국인 정치성향조사에서 대부분이 사민주의적(37.3%)이거나-물론 조사리포트에서 사민주의는 진보·개혁주의로 재해석되었다- 권위주의적(33.2%)이라고 진단받았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비슷한 조사에서 서구사회가 ‘보수주의 vs 진보?개혁주의 (사민주의)’ 대립 형을 보인 반면 ‘권위주의 vs 진보·개혁주의’라는 대립구도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매우 이채롭다.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사회가 국가주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탓에 국가권력에 의한 고도성장의 추억이 내면화되어있어 경제의 국가개입을 결코 죄악시하지 않는 사회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반면에 서구사회는 국가개입을 강조하게 되면 대부분 사민주의자나 진보주의자로 분류하게 되는데 이는 그들의 오랜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적 경험치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자가진단 프로그램에서의 동일인의 정치성향 변화이다. 물론 통계로 온전히 잡히거나 분석되진 않았지만 2년여의 오랜 조사에서 시차를 두고 자가진단을 수행한 사람들의 변화된 결과가 매우 극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는 이명박 집권 후 불과 몇 달 만에 자신의 성향이 ‘보수’에서 ‘중도 진보’로 바뀌었다고 한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무너지면 사회구성원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의지하고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그들은 우리에게 희망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실정을 거듭하는 집권세력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었다 할지라도 그들을 견제 감시하고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견인해야할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 또한 되살아날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경제위기 이은 정치위기 올 수도
  
조사에서 이명박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진보 개혁주의 성향의 국민들조차 민주당 지지는 18.4%에 불과하며 43.2%가 무당파를 형성하고 있다.

오히려 진보 개혁주의적으로 진단받은 이들의 18.6%가 한나라당을 지지해 민주당 지지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것은 그간의 통념을 뒤집는 것으로, 지금의 정치상황이 ‘정부불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치일반에 대한 불신’으로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경제위기에 이은 극심한 정치적 혼란 즉 정치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 사회에 보수주의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안정된 상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진보·개혁주의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불안하고 불만족스럽다는 징표가 될 것이다.

모쪼록 서두에 소개한 이가 다시 보수주의자를 자임하는 그런 세상, 그런 시절이 빨리 되돌아오기를 소망해 본다. (그 동안 필자의 졸고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