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군자의 겉 뜻은 대들보 위의 군자라는 뜻이지만 속뜻은 도둑을 가리키며 후한서(後漢書) 진식전(陳寔傳)에 나오는 말이다. 진식이 현감으로 있을 때 어느 날 밤 도둑이 방으로 들어와 천장 들보 위에 숨어 있었다. 그것을 눈치 챈 진식은 아들과 손자들을 불러 훈계를 시작하였다.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반드시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다. 평소의 잘못된 버릇이 성격으로 변하여 나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 들보 위의 군자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도둑은 이 말에 깜짝 놀라 얼른 들보 위에서 뛰어내려와 이마를 조아리며 사죄하였다. 진식은 그를 조용히 타이르고 비단 두 필을 주어 돌려보냈다. 이 일이 알려지자 고을 안에 도둑질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한다.
공직기강 해이 도 넘었다
보건복지가족부 이모 차관의 논농업직불금 부당수령으로 시작된 ‘직불금 정국’이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게 바로 작년이다. 고위공직자에서 일반 공무원, 전문직, 회사원, 사업가 등 거의 모든 직종이 연루된 사안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다. 그러나 후속조치는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 처리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몇 공직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특히 공직자들이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가장 비난을 받는 이유는 공직자들에게는 국민의 공복으로서 어느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일부 공직자들의 크고 작은 비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있어왔다. 그러나 요즘의 행태를 보면 기가 막히다 못해 눈앞이 캄캄해진다.
세계금융위기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사회 최하위 계층의 생계비에 손을 댔다. 더욱이 횡령한 돈으로 고급승용차와 오토바이를 사고 해외여행을 가는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질렀다. 자신의 치부를 위해 비리를 저지른 일부 공직자들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당장 행정전산시스템 보완, 순환근무제 도입, 감사시스템 정비 등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한 도둑 열사람이 못 막는다”는 옛말이 있다. 제도 정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직자들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투철한 사명감과 도덕성을 갖는 것이다. 자정결의대회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자치단체장들부터 솔선수범하고 도덕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호주도 과거에 공무원들의 극심한 부정으로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공무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주는 대신 비리에 연루되었을 경우 일벌백계 하여 지금은 호주의 공무원 사회를 배우는 나라가 많다.
단체장 솔선수범, 재무장해야
요즘 중소기업가, 직장인, 자영업자, 노점상, 사회복지 종사자 등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너무도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 많다. 하루 세끼 밥은커녕 내일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우리 이웃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먹고살길 없으면 공사판에 가서 막노동이라도 하지 뭐’라고 쉽게 이야기했지만 요즘은 막노동 일자리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거지의 쪽박도 깨게 마련이다. 너무도 어렵고 힘든 시기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주위를 둘러보고 남의 눈의 티눈을 보기 전에 내 눈에 대들보는 없는지 나 자신부터 들여다보자. 서로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나누며 살아가자. 콩 한쪽이라도 나누는 ‘나눔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오주섭 광주경실련 자치분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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