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업재활시설 재편에 따른 작업활동센터 폐지로 성인 중증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들이 오갈 곳이 없어서 장애인부모들이 그에 따른 대안으로 성인 중증장애인주간보호센터 신설과 기존시설에 대한 대폭적인 정책·예산지원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어느 날 성인이 되면서부터 갑자기 오갈 곳이 없다면 장애당사자뿐만 아니라 장애인부모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최근에 중증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정책과 예산집행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지적장애인의 특성상 다른 장애와는 달리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거나 요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부모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이제는 장애인운동의 중심에 지적장애인부모들이 서있다.
지적·자폐 장애인 등록 10%에 불과
문제는 중증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지원과 관리가 필요함에도 현실적으로는 일부 경증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증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들은 사실상 방치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다른 장애와는 달리 중증성인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들은 지원의 강도와 빈도만 다를 뿐이지 평생 동안 지원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을 위한 지원법의 경우 유엔도 1971년에 총회에서 지적장애인 권리선언을 했고, 장애인복지법과 별개로 미국(발달장애인권리장전)이나 일본(지적장애인복지법)도 특별법을 제정하여 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에 맞는 다양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의 3%까지 지적장애인 인구로 보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약 150만 명에 이르게 되지만, 그 중 등록장애인은 약 10% 정도(14만 여명-광주는 4,500명이 넘는다)에 불과하다. 이는 등록하지 않은 지적장애인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볼 때, 장애인 등록은 되어 있지 않으나 지적장애인처럼 보이는 경계선급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나라 지적장애인의 경우에는 복지서비스와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더욱더 제도화의 필요성이 크다. 왜냐하면 특별법이나 조례가 만들어지면 법에 의하여 강제되고 제도화됨으로써 일반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법이 필요하며 법제도를 통하여 인식 개선 효과와 서비스 실시를 행함으로써 지적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적장애인 등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affirmative action)를 하여야 하고, 이에 필요한 제반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예산 확보에 힘써야 한다.
일반인 인식변화, 법 제도화부터
엠마우스복지관과 광주지적자폐성장애인권협의회에서는 광주광역시의회와 함께 오는 6월경에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 등에 관한 지원 조례”를 제정하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지원 조례안의 핵심 내용은 광주시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 및 자폐성장애인을 위한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종합지원센터’를 신설하여 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연계·서비스 조정·통합사례관리와 지원에 관한 허브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아울러 구별로 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을 위한 지원시설(주간보호센터, 보호작업장, 근로시설, 지원고용센터, 문화센터, 그룹홈)들을 신설 및 확대하여 광주시만의 차별화된 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복지서비스의 혁신적인 형태를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종합지원센터’ 신설하는 것에 대해 상위법에서 구체적인 근거가 없어서 어렵다고 하지만 법령에 반하지 않고 국가사무(국방, 치안 등)를 제외하고는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 적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광주시에서 향후 여건을 고려해서 시기는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시행규칙 안에 반드시 구체적으로 담아 놓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선종하신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록 중에 이 말이 자꾸 떠오른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관용·포용·동화·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평생이 걸렸다.”
지적장애인·자폐성장애인들은 말 그대로 온전히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사랑을 하는 친구들이다. 그런 친구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금주(참여자치21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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