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중앙정부기관 이전과 신행정수도 건설. 그리고 지역혁신을 통한 지방분권 강화.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두 축이다. 이는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재 지역균형발전 정책들이 후퇴하고 있다. 혁신도시와 세종시(신행정수도) 건설 사업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흔들리고 있다. 혁신도시 건설 사업은 정부의 의지가 약한 탓에 지지부진하고, 세종시 건설 사업 역시 이전 대상 기관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나오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정치인들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법안 발의 등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지역혁신연구회를 이끌어 오고 있는 박광서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를 만나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후퇴에 따른 문제점과 지역의 대응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박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시적 논의로 균형발전 주도성 확보해야”
-. 27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대신할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여야 의원 44명이 발의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그 동안 수도권에서는 지속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를 주장해 왔다. 발의된 법률안은 결국 수도권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과밀억제와 지방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정비법이 제정됐지만 현재 수도권은 더욱 과밀화되고 외곽은 더욱 낙후되는 등 수도권 내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정보통신, 교류, 정치, 사회, 경제 중심지인 수도권이 가장 경쟁력을 가진 곳으로 이를 발전시켜서 국가 발전을 시켜야한다는 논리다.
이들의 주장은 수도권 과밀에서 오는 다른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애기하지 않는다. 한국의 개발 역사는 수도권 중심, 경부선 축이었고 그 결과 지방과 경부선 이외의 지역은 낙후가 심화되었다. 영원히 균형을 이룰 수는 없다. 지역마다 효율성에 차이가 있고 어느 정도의 차이는 불가피하다.
수도권 내부 불균형 문제를 해결은 수도권 내부에서 해결할 문제다. 낙후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과 군사적 문제로 규제받고 있는 곳이다. 이것을 빌미로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은 견딜 수 없다. 수도권 발전을 꾀해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방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안 된다. 이미 2005년 한국은행이 펴낸 <산업연감표>를 보면, 수도권 발전의 파급 효과가 지방으로 확산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충청도까지는 그나마 낫지만 호남과 영남에는 그 효과가 없다.”
-. 수도권 규제 강화 여부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현재의 산업구조와 지방의 낙후도 등을 볼 때 수도권의 흡입력은 감당할 수 없다. 기업들이 인적, 물적, 사회경제적 자원의 중심인 수도권에 투자해야하는데 규제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이다. 비용 등 조건을 너무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수도권을 규제하면 지방발전을 촉진하느냐’, ‘기업들이 지방에 더 내려오느냐’. 당장에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국토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 지역과 수도권 갈등 구조가 있어서는 발전을 할 수 없다. 현재의 갈등구조는 불균형 때문에 온 것이다. 현 정권은 정권 유지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자꾸 규제완화를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혁신도시 건설과 세종시 건설 사업이 현 정부 들어 지지부진하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 때문에 지지부진한 것이다. 우선 참여정부도 추진 과정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 공공기관과 정부기관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면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등 함께 들어와 최소한의 도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공기관 이전을 국가에서 추진하고 나머지 것들은 모두 지자체에 맡겨 두었다. 광주와 전남은 서로 갖겠다고 싸우지 않고 공동혁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추진한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섰다. 그러나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는 나 몰라라 놔두고 기초자치단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의지도 약하다. 공공기관은 핑계만 생기면 오지 않으려 한다. 정치권이 나서서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야 한다.”
-. 균형발전 정책의 후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 호남지역인데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중심, 경부선 중심, 공업화 중심의 발전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외의 지역은 낙후가 심화되고 있었고 그래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거의 모든 경제적 사회적 지표를 살펴보면 호남지역이 최하위다. 현재는 우선은 광역경제권 구축이 잘못됐다. 그것이 소위 5+2 광역경제권 구축이다. 제대로 정확히 말하자면 ‘1+4+2’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수도권을 별다르게 구별해서 수도권을 규제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광역경제권 설정은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는 불균형을 고착화하려는 의지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호남은 선도사업도 반 정도이고 SOC 규모도 절반 밖에 안 된다. 우리 지역은 광역경제권 구상에 대해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호남지역에서는 광주전남과 전북이 갈등구도를 보였다.”
“준비 없이 ‘떼쓰기’만 하면 좌절감 심화돼”
-. 정치권 등 지역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연구 모임은 없다시피하다. 연구하는 학자가 적고 당연히 그래서 연구모임도 없고 정치인들은 정신을 못 차렸다. 준비도 없다가 선정된 이후에 여론이 악화되니까 5+3으로 하자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이게 되겠느냐. 광역경제권 이야기도 영남지역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논의가 됐고 준비했다, 우리 지역은 함께 논의를 하자고 했는데 함께 할 사람이 없더라. 국회의원, 정치인이 게으르고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총체적인 낙후다. 정치인, 학자들이 지역문제에 공동대처 못했다. 우리 지역만 특별하게 취급해 달라고 바라면 안 된다. 충청권과 영남권과 연대해야한다.”
-. 오랫동안 지역혁신연구회를 이끌어 왔다. 중요한 혁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사고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양한 사람이 들어오고 인력과 아이디어가 지역발전에 활용되어야한다. 현재 우리지역 인력들로만 하려고 한다. 인재들이 이 지역을 떠난다. 광주과기원 출신들도 10%정도만 우리 지역에 정착한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인재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지역 인재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 지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관용이다.
공장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인재가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우리지역은 ‘자신이 할 수 없다’는 의식이 많다. 낙후된 지역이니 중앙정부가 적극 도와줘야 한다는 의식이 많은데 우리가 준비해서 우리가 대응해야한다, 대응안하고 차별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제가 외부 강의를 하거나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지역낙후’, ‘지역차별’, ‘우리는 피해자’라는 말이다. 좌절감과 패배주의를 가지고 있다.
지역차별 받은 것도 사실이고 예산과 SOC도 중요한데 미래 비전을 구상하고 이에 따라 어떤 산업을 발전시킬 것인지 등을 정리하고 이를 위해서 중앙정부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서 요구할 것은 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영남지역에서는 광역경제권 논의를 2005년에 시작했다. 우리 지역은 아무 준비도 없다가 정치인들은 여론이 나빠지니까 허겁지겁 나서서 5+3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연구자이든 대학교수든 관이든 민이든 우리는 힘을 합쳐야한다. 선거 때 표를 합치는 것은 잘하는데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 마련은 없다. 그 틀만 잘되어 있고 비전 제시하면 낙후에 대한 절박함이 있어서 지역민들도 호응할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정치적, 지역적 고려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광역경제권 정책과 관련 호남 차별의 문제도 따져보면 지역의 준비 부족이 이를 초래한 측면도 상당하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이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결여와 준비 부재, 그에 따른 구상 부재, 사업 규모의 소규모화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만을 놓고 지역차별만을 강조하는 과거 매너리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