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부터 화정아파트 재건축 이야기가 나왔다. 여느 재건축아파트처럼 두 패로 갈라진 추진위는 이전투구로 번져갔다. 먼저 추진했던 조직이 무너지고 나중에 추진했던 조합장이 현 조직을 이끌었다. 어느 쪽이든 명료해 보이지 않았다.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의지와는 상관없이 직장이건 집이건 찾아왔고, 전화로도 수차례 동의서를 받아내겠다는 추진위의 태도는 막무가내였었다. 급기야 재건축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강제 수용을 하겠다는 법원의 송장까지 받게 되었다. 무서운 위협처럼 느껴졌다.
가입하면서 사무실에 찾아간 나는 몇 가지 의문난 사항에 질문을 하였다. 그중 가장 기본적으로 첫째, 조합원의 의무사항이 무엇인지, 둘째, 사업의 수익성은 어떤지 듣고 싶었다. 몇 년 전 우편으로 받았던 책자 몇 권 달랑 줄 뿐 성의있는 답변은 없었다. “아니, 조합비 부담이 없다니? 어떻게 활동한다는 것일까. 내 재산권을 위임해 준 사람들인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의심스러운 일이다. 재건축 조합 활동비는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그래서 소문이 흉흉할까? 주먹세계와 연결되었다는 둥, 건설업체와 연계되었다는 둥, 시청직원들과 결탁되었다는 둥, 수도 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어나고 있다. 정말 상식적인 의문들이다. 수년 동안 유지되어온 재건축추진사무실의 운영자금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조합비를 부담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더욱 사람들 발품을 팔아 동의서를 받기 위해 집이며 직장으로 그들이 얼마나 움직였던가. 그래서 현재 추진위와는 다르게 비상대책위가 등장한 것일까,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닌가.
현재 재건축추진조합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추진위가 신뢰를 얻으려면 기 거주자나 새 분양자 모두가 납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러나 지금 ‘공시지가문제’나 ‘분양가 산정문제’ ‘분양평수문제’ 등은 극심하게 신뢰가 무너진 상태다. 이런 불협화음이 근본적인 신뢰상실로 이어진다면 조합의 위기가 아니라 재건축의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재개발 말만 들어도 내겐 2009년 용산참사의 기억이 또렷하다. 과세원칙도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부과하지 않던가, 시는 누구를 위한 공시지가산정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예컨대 5천만원에 평화를 누리는 사람들이 1억5천이 훨씬 넘는 금융부담을 짊어지라고 하면 사형선고나 다름없지 않을까. 시청 홈페이지를 보라. 절망과 시름에 겨운 시민들의 눈물겨운 호소를! 불행이 꿈틀대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이해관계의 차이는 있는 법이다. 성공적인 대회유치를 위해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노파심이 앞선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이어서는 안 된다. 적자투성이었다는 대구 U대회의 조건과도 판이하게 다른 파격적인 참가선수단 대우문제와 분양가 문제와는 상관없겠지만 괜한 상상력이 앞서간다.
시 역시 30년이 넘어선 노후화된 도심 재개발을 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이나 도시균형상 매우 유용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U대회를 둘러싸고 수영장 건립문제, 선수촌 건설문제 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을 모시지 않고 밀어붙일 때 광주시장의 정치력은 2015년에 있을 U대회로 생명력을 단축시킬 수도 일을 것이다. 재건축조합장이건 시장이건 시민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민심이 권력으로부터 한 번 떠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노영필(철학박사, 전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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