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신조어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 신조어들 중 대부분은 단순히 문장을 줄이거나, 재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일부 신조어들은 밝지 않은 현실에 대한 뼈있는 비판의식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한때 ‘3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하지만 ‘3포세대’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이제는 3포에 더해 대인관계와 주택 마련 등을 포기했다는 ‘5포세대’, 5포에 희망과 꿈까지 포기했다는 ‘7포세대’, 7포로 모자라 삶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n포세대’까지 등장했다.
‘헬조선’ 또한 지옥 같은 한국을 뜻하는 말로서, 많이 알려진 신조어다.
어째서 ‘헬한국’이 아닌 ‘헬조선’일까. 이는 신분이 대물림되는 조선 사회로 역행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조롱 섞인 비판이다. 청춘을 예찬하는 말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들에겐 사치이고, 허황된 꿈이 돼버린 것이다.
극단 연병(연극에 병적인 사람들)이 그린 ‘니美청춘’이다.
극단 연병은 올해로 26살이 된 여러 대학의 연극영화학과 출신 친구 5명이 모여 만들었다.
관객의 웃음만 유발하는 극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오직 연극이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연극계의 이단아’를 자처하고 나선 젊은이들이다.
“아니, 누가 몰라? 나도 알아. 고시생 주제에 연애? 그래, 웃겨. 진짜 웃기는 일이지”
‘니美청춘’은 ‘너의 아름다운(美)’이라는 것과 욕이 연상되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중의적 표현이다.
이 극에는 세 명의 고시생이 나온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고 고시원까지 함께 오고 있는 남자 두 명과 총무 역할을 하는 여자 한 명이다. 이 세 명이 고시원 앞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이 연극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실에서의 20, 30대 청춘들이 나눌법한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다.
연출을 맡은 김용호 극단 연병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대표는 “지난해 1월쯤 고시생들이 고시원 앞에서 담배를 피며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면서 연극으로 끄집어 와보자고 생각했다”며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양하지만, 허구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극적인 장치를 최대한 배제시키고 현실을 재현해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극을 쓸 때만 하더라도 5포세대까지 있었는데 쓰다 보니 어느새 N포세대까지 나와 있었다”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또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지만, 그들에게 ‘힘내’라거나 ‘응원할게’라는 말을 할 수가 없더라”고 털어놨다.
덧붙여 “연출하고 대본을 쓰면서 최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개입시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 극이 슬픈 이야기인지, 재미있는 이야기인지, 어떤 이야기인지 관객들이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기는 이제 결혼해야 된대요. 이제 이런 가짜는 그만 하고 싶대.
진짜.. 진짜 사랑이 하고 싶대요. 아니, 진짜 사랑이 뭔데요?”
김용호 대표는 “의외로 배우들이 힘들어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법한 이야기라서 더 그렇다”며 “배우들이 잘못 표현했을 때의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적인 장치를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한 극이기 때문에, 연극을 접하는 관객마다 공감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배우들이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그 인물의 과거를 생각한다거나, 그 인물이 가지고 있을법한 트라우마를 장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춘은 아름답다’는 장막 아래 가려진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이번 연극을 많은 관객들이 각자 자신만의 주관으로 평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연극은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의 청춘은 아름다웠나요? 욕이 나왔나요?’
‘니美청춘’은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광주궁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평일은 오후 8시, 주말은 오후 4시, 7시다. 예매 문의는 ☎010-8594-9943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