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에는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이 묻어나옵니다. 그래서 옛날의 문화를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그 지명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광주 서구문화원은 2022년 문화유산아카데미의 대미를 장식한 특강은 한평생 지명을 연구해온 조강봉 교수를 초청, "광주의 옛 지명을 따라서”라는 주제로 28일 자리를 가졌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지명은 대체로 고유어인 옛지명을 표기할 문자가 없어 한자의 음훈을 빌려 표기해 왔다고 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래전 지명들을 한자의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바른 어원에 도달하기 어려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자를 본래의 중국식 음과 뜻이 아닌, 우리 선조들의 발음과 뜻에 맞추어 지명을 붙였기 때문이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음이 한글로 표기된 옛 어린이들의 교재인 《훈몽자회》를 중심으로 《호구총수》나 옛 지도를 찾아 연구에 활용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지명이나 마을 이름에 있는 한자명을 뜻풀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체로 미화시킨 단어라고 부연 설명했다.
조 교수는 광주 지역 지명의 어원을 찾으면서 우리나라 지명의 뜻과 유래 연구에 있어 지명해석의 방향성과 현장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광주의 옛이름인 무진주(武珍州)의 경우, 무(武)는 ‘무리’를 음차 표기 한 것이고, 진(珍)은 ‘돌’을 의미하는 훈차표기 글자이다, 이는 ‘돌이 많다’는 ‘돌무리’에서 온 것으로 이는 무등산 주상절리의 돌기둥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북구 두암동의 두암(斗岩)이라는 이름 또한 살펴보면, 두암의 두(斗)는 크다(大)는 뜻의 말 두(斗)자(예시: 말벌, 말나리)로, 두암은 큰돌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큰 돌은 대개 고인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와 같이 선조들은 특이한 자연물이나 성, 물줄기 등 자신들이 살았던 곳의 지리적 특성을 소재로 지명을 붙였기 때문에 현장조사가 매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산구 송정동의 ‘송정(松汀)’은 이곳이 소나무가 많아 소나무 그늘, 일명 소나무 정자가 많은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자(亭子)’에 쓰는 머물 정(停)이 아닌 물가 정(汀)을 쓰는 이유는 황룡강 옆에 위치한 상습침수 지역이었기 때문이라며, 주변 지리적 상황을 알려주는 지도와 80년대 때 홍수 피해 현장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아시아자동차공장이 들어서면서 없어진 마을 남성골(南星골)의 남성(南星)은 ‘남쪽 별’이 아닌, ‘남생이(거북이)’를 차음한 지명이다. 그 마을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광주천에 알을 낳기 위해 거북이들이 몰려오면서 이 마을에서는 거북이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지명은 단순 행정적 명칭이 아닌, 그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생활상을 잘 알려 주고 있기에 조교수는 지명을 ‘매우 오래된 언어문화재’라고 밝혔다.
서구문화원은 4월부터 진행한 문화유산아카데미를 이번 특강을 끝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정인서 서구문화원장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고 보존,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문화유산 아카데미는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지역의 문화예술사 관련 전문가를 초빙하여 양질의 강의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일깨워주는 학습의 장을 제공하는데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