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할 때 탄식조로 읊조린다.사전적 의미로 ‘만시지탄(晚時之歎)’이라 한다.진즉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초광역 메가시티가 그렇고, 충청남·북도·대전의 광역행정이 그렇고, 대구·경북의 행정 통합이 저만큼 앞서가거나 서두르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다.그런데 ‘우리는 이제껏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정서가 있어 이를 지적하고 싶어서다.하지만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선다.지금부터라도 말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행적 담보가 뒷받침된다는 전제하에서다.전북의 김관영 지사와 전남 김

벌써 10년도 더 전 일이 되었다. 내 친구는 큰 수술을 받고 병원에 누워 있었다. 나는 며칠에 한 번씩 멀리 있는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다. 이따금 겨울의 마지막 같은 눈이 내리고 나는 그 분분한 눈 사이로 그를 찾아가곤 했다. 그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가족 중 한 사람이 “힘들 것 같다”고 내게 슬픈 목소리로 말해 주었다. 병원 복도 저 끝 유리창으로 흰 눈이 내리는 것이 딴 세상처럼 보였다.그 친구를 위해 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고 막막하게만 여겨지던 어느 날, 나는 갑자기 친구가 십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김영록 전남지사의 행보가 심상찮다.항상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소통의 리더십’을 몸소 실천해 왔던 김영록 지사가 요즘 전남 국립 의대 통합 설립에 관련된 중앙 부처와 민주당을 향해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서다.해당 부처 장관을 상대로 지난 30여 년을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고, 사회적 약자들이 즐비한 전남도를 이렇게 내버려두고 방치해도 되느냐며 뱃심 있게 톤을 높인다.그러면서 호남을 홀대하거나 역차별한다면 이를 떨쳐 내고 이제부터라도 호남인 스스로 일어나는, 이른바 ‘자각 운동’을 펼쳐야겠다는 마

며칠 전, 나는 아내와 언성을 높여 다투었다. 그날 다툼의 원인은 우리 집 강아지 복동이였다. 복동이는 15년째 우리와 함께 살아온 늙은 반려견이다. 털은 까칠하게 세었고, 눈은 흐릿해졌으며, 최근에는 먹는 것도, 걷는 것도 못하고 있다.며칠 사이에 몸이 눈에 띄게 야위더니 이제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다. 동물병원에서는 노령에 병이 깊어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시쳇말로 목숨이 ‘오늘내일 하는’ 처지다.아내는 복동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억지로 먹여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자연의 섭리대로 다 살았으

과일은 대체로 달고 향기롭고 맛이 있다. 잘 익은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과즙이 혀끝을 적시고, 복숭아의 부드러운 과육은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그러나 그 과일 속에 숨은 씨는 다르다. 씨는 거의 다 맛이 쓰고, 때로는 독을 품고 있어 함부로 먹을 수 없다.사과씨를 씹으면 씁쓸함이 입안을 채우고, 복숭아씨는 단단한 껍질 속에 독성을 감춘다. 왜 자연은 씨를 따로 관리하는 것일까? 나는 이것을 자연의 숨은 뜻으로 해석한다. 과육은 먹어도 되지만 씨는 먹지 말라는 경고, 그리고 씨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라는 명령이다.자연은 개별적인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갈까?’ ‘말까?’광주시와 구청으로부터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관변단체 일부 회원들은 선 듯 내키지 않았다.속된 말로 동원령이 내려졌으니, 행사장에 안 가자니 찍힐 것 같고, 그렇다고 가서 인증샷을 찍자니 쑥스럽고 민망했기 때문이다.좋게 말해 부름을 받은 참석자들의 고민 속에 3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행사의 풀네임은 숨넘어갈 정도로 길기도 했다.바로 ‘내란종식과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人포럼 출범식 및 3·3 광주선언’행사다.3,500여 명이 들어갈 1층 다목적 홀은 좌·우까지 빼곡히 들어찼

불교에서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을 전한다. “만나면 필연적으로 헤어진다”라는 뜻이다. 평범한 말처럼 들리지만, 곱씹을수록 깊은 진리가 담겨 있다. 우주 만물은 만남과 이별의 서사를 끝없이 써 내려간다.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스승과 제자, 심지어 길에서 스친 낯선 이까지, 누구라도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마련이다. 이 법칙은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과 장소, 사람과 추억, 나아가 사람과 우주 사이에도 이 숙명적인 흐름이 존재한다. 우리는 만남에 기뻐했다가 이별에 슬퍼하며,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다.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지극히 당연한 명제다. 사람은 이 땅에 태어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누구나 행복해야 하고, 당연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이 대전제는 명확하지만,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행복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사전에 나오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는 정의조차도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되기 때문이다.영국 BBC 방송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윤석열 탄핵 찬·반탄 집회가 열린 15일 광주 금남로 현장을 취재하러 갔다.KTX 열차표가 매진 될 정도로 호들갑을 떨기에 과연 사람들이 몰릴까 하는 궁금증이 앞섰다.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지난 91년 집회 현장 관할 동부경찰서 출입 ‘사슴 앓이’ 기자 시절을 소환했다.백골단 강경 진압에 명지대 강경대 학생에 이어 전남대 박승희 열사 분신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 열기가 고조됐던, 그야말로 '시절이 하 수상'하던 때 였다. 당시 시대적 상황은 꽃 다운 젊은 청춘 9명의 ‘분신

겨울은 결코 갑작스럽게 끝나지 않는다. 봄 또한 어느 날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계절은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이어지는 서사이며, 봄은 겨울이 오랜 시간 회임하여 길러낸 생명의 결실이다.깊고 차가운 겨울, 세상은 마치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침잠하는 듯하다. 바람은 살을 에고, 대지는 얼어붙으며, 나무들은 잎을 떨군 채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다. 흡사 죽어버린 계절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얼어붙은 풍경 아래에서는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생명이 준비되고 있다.흙 속의 씨앗들은 냉기를 견디며 싹 틔울 순간을 기다리고, 풀뿌리는 언 손으로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7년 전이다. 민선 7기 전남 도백으로 당선된 김영록 지사가 내놓은 인재육성 공약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머리 좋고, 재능과 끼, 그리고 손 재주가 있는 전남 청소년들을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묻어났기 때문이다.미국의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렇고, 요즘 혜성처럼 등장한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창업자인 40대의 량원펑이 대표적 인재들이다.‘슈퍼스타’로 불리는 이들 인재들을 키우기란 말이 쉽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그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이 마침내 9년간의 긴 사법적 족쇄에서 벗어났다. 며칠 전 2심 재판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서, 이제 그는 본격적으로 혁신과 투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오랜 법적 리스크를 벗어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소식을 접하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과연 삼성전자는 다시 예전처럼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까?한때 한국 수출의 25%를 책임지던 삼성전자였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삼성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몇 년 전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한

오늘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를 검색하다가, 얼마 전 타계한 지인의 이름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내가 지운 적은 없는데.나는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금방 그분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는다. 적어도 1년, 혹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삭제한다. 특별한 원칙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떠난 이의 이름을 너무 쉽게 지워버리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다.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름을 삭제하는 것이, 나 스스로 그 사람을 일부러 잊어버리려는 행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고인의 번호로 전화를 걸 일은 없다.

본문 : 2024. 8. 19. , 2024. 10. 22. , 2024. 11. 6. 기사와 관련, 강기정 시장은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해왔습니다.① 광주광역시장 재선에만 몰두해 시정을 소홀히 한 바 없으며, 지역시민단체로부터‘통합돌봄’,‘군공항특별법’ 등에서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은 바 있고, 광주광역시와 광주시민의 숙원사업 해결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광

옛 직장 선배의 부음을 듣고 문상을 다녀왔다. 두 해 전부터 투병 생활을 한다는 말을 듣고 늘 기도하며 쾌차를 빌었으나 병이 깊어져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례식장은 병원 지하에 있었는데, 호실은 10개가 있었다. 대기실의 커다란 전광판에는 장례식장에 입실한 고인의 프로필이 사진과 나이, 상주, 그리고 호실의 위치가 번갈아가며 영상으로 나왔다.나는 너무 일찍 도착한 바람에 다른 문상객이 오면 어울려 들어갈 양으로 기다리면서 눈에 띄는 전광판을 스치듯 바라보았다. 100세 되신 할머니, 40세의 청년, 92세 할

나는 날마다 새벽 4시쯤에 일어난다. 그 시간이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내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은 전날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남들이 한참 저녁 식사를 하거나 텔레비전에 눈을 돌리고 있을 저녁 8시께, 나는 하루를 마감하며 저녁 기도를 올리고 잠을 청한다.이런 나만의 습관은 거의 10년이 되어 간다. 이 같은 생활 습관 때문에 지인들과 저녁 약속이라도 있으면 나는 대체로 만남을 꺼린다. “오랜만에 저녁 식사나 하게 나오라.” 지인이 달래듯 재촉하면, 나는 차마 말을 못 하고 미안한 마음이 되어 버린다. 저녁이 늦

20년, 3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거리를 걷다 보니 내 옆을 함께 걷는 존재가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 인간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걸어 다니는 로봇쯤 될지 모르겠다.강철로 만들어진 조각품처럼 생긴 내 키만 한 기계 인간은 마치 나의 친구처럼, 나의 분신처럼 나와 발을 맞추며 함께 걸었다. 내가 이 꿈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꿈이 너무도 독특했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서일지도 모른다.그 후 전개되는 상황은 현실에서 로봇에 인공지능이 결합되어, 꿈에 나타난 기계

어느 대선배님에게 새해 인사를 했다. 인사 내용은 판에 박힌 어사로 "새해 건강하시고 소원 성취하십시오." 그 비슷한 내용이었다. 나는 그 말에 진심을 담으려고 애썼다. 누구에게 새해 인사를 함으로써 한 해가 시작되고, 내게도 새해 기분이 날 것만 같았다.부러 전화 연락처를 뒤적여 대선배를 찾아내서 공손히 휴대폰으로 절을 한 것이다. 대선배님은 내 새해 축하 인사를 받고 나서 “그런데 말이야, 사실은 난 새해 인사를 몇 해 전부터 안 받기로 하고 있었거든.” 하고 말했다. 순간, 나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골목에서 누가 뛰쳐나와 버리

언제가 시작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 속에서 인간의 생김새가 이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발은 땅을 딛고 걷도록, 손은 무엇인가를 쥘 수 있도록, 눈은 세상을 보고 인식하도록, 귀는 소리를 듣도록, 입은 음식을 먹도록, 모든 신체 부위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한 걸음 더 나아가, 머리카락은 숲을, 피부는 대지를, 핏줄은 강을, 숨은 바람을 닮은 듯 보였다. 인간은 자연의 특산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신비로움에 경탄하지 않을

날씨는 춥고 바람도 차다. 영하의 날씨가 연일 계속된다. 찬 날씨에 잠시 밖에 나갔다가 덜컥 감기에 걸렸다.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그 후로 며칠 동안 감기를 다스리느라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 집에 갇혀 하는 일이라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뿐이다.또 몇 년째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뱅갈고무나무 두 그루와 산세비에리아 화분에 물을 주는 일도 한다. 그것들도 살아 있는 생명체라 내가 물 주는 것을 깜빡 잊으면 잎사귀 한두 장이 노랗게 변해 바닥에 떨어진다. 그것은 물을 달라는 신호다. 내 집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건 내가 돌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