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구상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맞은 유일한 국가다. 매도 맞아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아픈 매인지를 말이다. 그래서 일까?
현재 일본에 있는 약 54개의 원자력발전소는 세계 3위의 발전량을 자랑한다. 더욱이 일본은 열도나 인근해역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다.
언제든지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 일본에게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원자력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일본의 해양영토는 중국대륙 만큼이나 큰 나라이고 한 때는 해양대국을 꿈꿨던 나라다.
그런 일본이 바다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150만 톤을 버리겠다고 한다. 바다의 중요성을 어느 국가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국가에서 말이다.
더욱이 당장 올림픽이 코앞인데 주변국가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지원해 주어도 성공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한국, 중국과 날선 공방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의 여파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치러질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대처가 시원찮아 민심을 추스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볼 때, 당장 가을에 치러질 일본 중의원선거가 정권의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과거 일본중의원 선거에서 한일갈등이 편향적으로 동원되었던 중의원선거 프레임을 소환해 보고자 한다.
일본에서 2009년 9월 치러진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보수본류노선을 추구하던 자민당이 장기 집권했던 55년 체제가 무너졌다. 중도ㆍ진보 노선을 추구하는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여 3년 4개월 동안 집권하게 된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일본에서 혐한프레임이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보수ㆍ우경화가 진행됐다. 2012년 12월 16일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아베 총재는 역사문제와 영토 문제에 대한 갈등을 편향적으로 동원한 결과 파트너 정당인 공명당과 함께 전체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게 되어 재집권하게 된다.
아베 정권으로 상징되는 일본우파는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거나 정치적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한일갈등을 편향적으로 동원하는 패턴을 보인다. 일본은 대한(對韓) 수출규제정책을 통해 한일갈등을 부추겼고, 그래서인지 일본 유권자들의 보수우경화가 진행되면서 결과적으로 2019년 치러진 일본 중의원선거에서 아베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스가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올림픽을 치러야한다는 부담과 더불어 올림픽 이후 치러지는 중의원선거 역시 재집권을 장담할 수 없다는 가정에 이른다.
이 가정을 토대로 추론해 본다면,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를 2년 뒤에 해양에 배출하기로 일본 각의결정이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이루어진 것일까? 궁금하다.
첫째, 코로나19 이슈를 방사능오염수 이슈로 덮는다는 추론을 해본다. 코로나19로 뒤숭숭한 일본 민심을 방사능오염수 방류 이슈로 덮고 올림픽에 집중할 수 있다는 속셈이다.
둘째, 도쿄올림픽 이후 치르게 되는 중의원선거를 염두에 두고서, 과거 일본 중의원 선거 때 자주 등장하던 한일 갈등과 중일 갈등을 편향적으로 동원하여 선거에 활용하려고 함이다.
일본각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한국 정부는 당연히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고, 중국 외교부 역시 일본과 날선 외교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국내정치 관점에서는 한일갈등과 한중갈등이 편향적으로 동원되어 일본국민의 혐한과 혐중 정서가 확산되게 된다면 이는 보수우파가 확장성을 갖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스가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 역시 혐한 정서에 기대어 한일갈등과 중일갈등을 편향적으로 동원하여 중의원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면, 일본은 투명하고 명확하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태평양 연안국가에 대한 도리다.
일본은 과거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교훈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