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개인 일정 6시간 행적 ‘깜깜이’
“‘골든 타임’놓친 비상대책회의 무슨 의미 있나”비판도
姜 리더십 부재로 “물이 철철 새는 ‘누수도시’ 광주” 전락
오늘 시의회 임시회서 강 시장 發 행적 공개 여부‘촉각’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수돗물이 찔금 새든, 줄줄 새든, 철철 새든, 콸콸 새든지 간에 모양새만 다를 뿐 물이 새는 것을 매한가지다. 이를 사전전 의미로 얘기하면 ‘누수(漏水)’라 한다.
여느 때와는 달리 가뭄으로 한방울의 물이 생명수처럼 아쉬운 이때 수돗물이 허투루 길바닥으로 넘쳐 흘러내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시민들은 이런 광주시정을 한마디로 ‘누수행정’이라 부른다. .
그 옛날 물을 다스리는 이른바 ‘치수(治水)’를 잘해야 ‘성군’이라 불렀는데 아무튼 강기정 광주시장은 그런 칭송을 듣지 못할 성 싶다.
지난 13일, 휴일이다. 광주덕남정수장에 모아둔 수돗물을 배수지를 통해 각 가정으로 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유출밸브가 고장났다.
이로 인해 수돗물 5만7천톤이 길바닥으로 철철 넘쳐 흘렀다.
그러다 보니 동구를 제외한 서구,남구,북구,광산구 등 대부분 지역에 수돗물 공급이 안돼 휴일을 맞은 광주시민들의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돗물 공급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면 그 흔한 단수예고 재난 문자를 곧바로 보내거나 신속한 대응조치에 나서야 했는데 광주시가 안이한 대처로 일관하는 바람에 시민들의 분노는 커졌다.
서울 이태원 참사 때 사전에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고, 사고 발생 후에도 보고체계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타이밍, 즉 ‘골든 타임’을 놓침으로써 159명의 희생자를 낸 것과 비숫한 ‘식수 재난’ 상황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날 오전 3시30분이었고 강기정 시장이 비상대택회의를 주재한 것은 오후 5시 반이었다.
그렇기에 시민들로서는 광주시가 이 과정에서 무얼 했느냐는 합리적 의심과 함께 분통을 터트린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시민들이 누수행정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다름 아니다.
사태 발생 후 강 시장의 대처 능력과 하루 동안의 행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다.
그렇다면 강 시장이 문제의 사태가 발생한 당일 14시간 동안 광주시 생활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어떤 역할과 지시를 했고 뒤늦게야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시간대별로 조명해본다.
강 시장이 이정삼 상수도본부장으로 부터 수돗물 사태가 일어난 후 첫 보고를 받은 시간은 3시간 후인 6시 45분이다.
이후 중간 중간에 보고를 받은 강 시장은 오전 11시께 현장에 나타났다.
그러다가 강 시장은 신속하게 복원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그랬는지 30분 후 그만 자리를 떴다.
강 시장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다음 날인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광주시민들의 피해가 커진 것은 상수도 시설물의 노후화 탓으로 돌렸다가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론 악화를 우려해서인지 강 시장은 15일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광주시의 과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광주시민들은 사과도 중요하지만 과연 강 시장이 현장에 출동한 오전 11시 실국장들을 긴급 소집한 뒤 비상대책회의 주재를 통해 신속한 대응에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강 시장은 당시 현장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이정삼 상수도본부장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사고 경위 및 상황보고를 한 뒤 시민들에게 보낼 재난 문자 메시지 문구를 협의했다”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 의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강 시장이 11시30분께 개인 일정을 이유로 현장을 떠난 뒤 오후 5시 30분 비상대책회의를 열때까지 6시간 동안의 행적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행정의 기본 중의 기본인 식수 안전에 대한 시장의 엄중한 역할과 비록 휴일이라고 해도 개인 일정 중 무엇이 중요한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어서다.
이정삼 본부장의 말대로라면 강 시장이 현장을 떠난 뒤 조금 지난 오전 11시 40분부터 재난문자를 보내고 12시 넘어 유출밸브를 복원한 뒤 통수를 시작했기 때문에 오후 4시 쯤 상황이 거의 종료된 상태였다고 했다.
이런 시간대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다면 강 시장이 저녁 시간대인 오후 5시30분에 뒤늦게 ‘사후약방문’격으로 대책회의를 한 것이 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말하자면 늑장 대처를 했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얘기다.
따라서 강 시장은 시민 생활불편 속 6시간 동안의 행적을 공개해야 한다.
물론 광주시 입장에서는 행정부시장이 오후에 업무를 처리했다고 강변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장과 부시장의 무게는 엄연히 다르다.
가뭄 속 절박한 식수 사고와 같은 재난 문제는 비단 광주시만 아니라 소방본부·구청·산하기관 등 유관과의 협조 및 소통 문제가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다.
광주시의회는 제9대 의회 출범후 처음으로 16일 오전 9시 임시회 본회의에서 강 시장과 이 본부장을 출석시켜 수돗물 사태에 대한 원포인트 질의에 나선다.
강 시장의 행적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강 시장의 안이함과 늑장 대처는 강 시장의 리더쉽 부재와 광주시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강 시장이 광주시민들을 상대로 가뭄에 대비해 물 절약이라는 고통 분담을 호소하는 자체가 우습게 되는 상황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강 시장은 한국상하수도협의회 회장이라는 직함도 무색하게 됐다.
길가에 버려진 5만7천톤의 물 낭비가 문제가 아니라 생활행정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식수 안전 문제가 다름아닌 총체적 부실에서 드러난 ’인재‘라는 사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일부 시민은 목소릴 높인다.
강 시장이 외치는 “별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라는 슬로건 이미지는 퇴색됐다고 말이다.
그래서 시정구호를 바꿨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수돗물이 철철 흘리는 ’누수도시‘ 광주”로....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