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 위한 호남 사람 애정을 ‘핫바지’로 착각해선 안돼
민주당, 장세일 후보 공천 잘못한 이개호 의원 책임 물어야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간만에 흥미로운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
어렵사리 민주당 승리로 끝난 영광군수 재·보궐선거를 두고 한 얘기다.
‘부지깽이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는 건 당연한데 ‘무슨 헛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다른 선거 때 같으면 “그럼 국민의힘 찍으란 소리냐”고 강하게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호남 정치 지형상 자신이 진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서), 이번 선거만큼은 야3당이 각축전을 벌이지 않았던가.
여론조사 결과 초반 판세는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가 앞서다가, 선거 막판엔 진보당 이석하 후보가 선두로 치고 올라오는, 이른바 '골든크로스’현상이 나타나자 선거판을 읽을 줄 아는 정치꾼들은 “이러다 뒤집어 질 수 있겠는데...” 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모를리 없는 장세일 후보, 아니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비상령을 발동하기에 이른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그리고 영광에서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재명 대표로서는 체면이 서질 않을 뿐만 아니라 호남 민심 이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였다.
이재명 대표가 영광에서 선거 지원유세에 나설 때 마다 민주당 의원 뿐만 아니라 광주·전남지역 시·군·구·도의원들이 영광으로 대거 몰려들기 시작했다.
민주당 옷을 입고 이 대표나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거나 줄서기를 하기 위해서다.
한 술 더떠 영광시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들의 상가에 들러 영광 특산품인 굴비나 모싯잎 송편을 사주면서 자연스레 민주당 후보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출신 기초의원 A 씨는 “중앙당에서 의원이나 당직자, 특히 이 대표가 내려오면 눈도장 찍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선거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서 자신의 선거 지원 활동을 사진으로 담아두었다가 다가올 지방선거 출마 때 공천관리심사위원회에 파일로 제출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으로선 왜 이런 동원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민주당 텃밭에서 이재명 대표가 1박2일을 포함 4차례나 영광에 와서 목소리를 높일까.
궁금해진다.
무소속을 제외한 군수 후보 3명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박빙으로 치닫는 데는 민주당의 공천 잘못이 단초가 됐기에 그렇다.
인구 5만1천여명에 이르는 영광군에서 그렇게도 인물이 없어 2년 전에는 장세일의 여동생을 도의원으로 공천하고, 이번에는 사기와 폭력 등의 전과가 있는 그 오빠를 후보를 내세운 것은 민주당이 오만함을 드러낸 게 아닐런가 싶다.
장씨 집안이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로되, 남매를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또 다시 공천을 한 것은 영광 아니 전남도민을 우롱한 처사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비례 도의원이 됐으면 지역발전을 위해 의원으로서 소임과 역할을 다해야 함에도 자신의 오빠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의원 배지를 하루 아침에 내팽개친 행위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선거 막판 영광·함평·장성·담양 등 4개 지역위원장인 이개호 의원의 공천 잘못 책임론이 불거진 것도 그래서다.
<관련기사>민주당 영광군수 후보 공천 잘못 ‘이개호 책임론’ 부상.
http://www.simin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275028
민주당 후보가 자당의 텃밭에서 어렵사리, 아니 힘겹게 당선된 것은 다름 아니다.
일단 인물 경쟁력 면에서 타 정당 후보와 비교해 볼 때 상품성이 뒤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어줍잖은 상품을 만들어 놓고 시장에 내다 팔려다가 외면을 당하자 이러면 망하겠다 싶어 민주당이라는 브랜드를 입혀 소비자들에게 강매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선거판에 빗대자면, 하자있는 인물을 공천한 뒤 타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밀리자 제1야당인 민주당으로서는, 그것도 호남이라는 텃밭에서 조국혁신당 등 다른 정당에 밀리면 체면은 물론 민심이 돌아설까봐 조직을 총 동원한 꼴이 된 셈이다.
유권자들로서는 자기 돈을 주고 품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민주당이라는 상표만 믿고 어쩔 수 없이 구매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자기행위를 배반한 멍청한 구매를 했다고 후회를 이내 하게 된다.
장세일 당선인이 어떤 방식으로 군정을 운영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선거 공약이나 정책, 비전을 TV토론에서 제시한 것을 보면 별반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
역설적으로 장세일이라는 깜냥이 안된 후보를 신뢰하지 못한 나머지 민주당이 조직을 동원한 선거를 치렀다는 것은 그만큼 후보의 상품성이 없다는 점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다.
영광 아니.호남 유권자들로서는 민주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호구’가 된 꼴이 됐다.
유권자의 선택은 아랑곳 없이 민주당이 하찮은 상품이라도 손을 들어 보이면 군소리 없이 그대로 찍으면 된다는 식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민주당만 좋을 일 시키고 자기 이익은 챙기지 못하는, 이른바 ‘호구’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좀 거칠게 얘기하면 ‘핫바지’ ‘멍청이’가 된 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착각하고 있다.
‘마치 자신들이 정치를 잘해서 호남사람들은 무조건 찍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호남민들은 이재명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정권 재창출을 위해 국민의힘 대신 민주당을 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아니 지난 30여년간 광주·전남발전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야 그저 그렇고, 이어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지역발전을 위해 똘똘한 공약 하나라도 내놓은 게 있는가 성찰해야 할 때가 왔다.
호남 유권자들은 앞으로 정권재창출이라는 강박관념·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더 이상 어리석은 상품을 무조건 사는 '호구'같은 짓은 이번 영광군수 선거를 계기로 이쯤에서 멈춰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