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독일 슈테델 미술관기행[22회]
김세곤의 독일 슈테델 미술관기행[22회]
  •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5.01.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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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지옥편 2옥 음욕

# 지옥편 제2옥 음욕(제5곡)
단테는 제1옥인 림보에서 제2옥으로 내려왔다. 그곳은 더 좁고 구불구불했으며, 전보다 더한 비통이 깔려 있었다.

보티첼리의 지옥편 제15곡 삽화 (동성애자)

들어가는 입구에 미노스가 무서운 모습으로 서서 사람의 죄를 심판하여 제 감기는 횟수에 따라 보냈다. (미노스는 제우스의 아들인데 크레타의 왕이었다.)

미노스는 단테를 보더니 그 무시무시한 일을 잠시 젖혀두고 말했다.
“넌 지금 고통의 집으로 오고 있다. 왜 이곳에 들어가는가?
누굴 믿고 이러는 가! 넓게 열린 문에 속지 말지어다!”

그러자 베르길리우스가 말했다.
“왜 이리 소란을 떠는가? 그의 운명적인 길을 방해하지 말라.”

이윽고 단테는 무수한 통곡이 뒤흔드는 곳에 이르렀다.
쉴 새 없이 불어대는 지옥의 태풍은 영혼들을 휘둘러 회초리로 몰아세우며 괴롭히고 있었다.

죄인들의 비명과 한탄이 밀려드는 가운데, 단테는 이들이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理性)을 잃어버리고 사음(邪淫)을 일삼는 자들임을 알아보았다.

죄인들은 슬픈 노래를 부르며 기다란 선을 하늘에 그리고 날아가는 학처럼, 슬피 울면서 폭풍에 실려가고 있었다. 단테는 털끝만큼의 희망도 없이 다가오는 그림자들을 보았다.

“선생님, 검은 바람의 도리깨질로 벌을 받는 이 영혼들의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베르길리우스는 사랑으로 삶을 버린 7명의 이름을 밝힌다.
“맨 앞에 있는 여인은 자기와 관계된 수많은 추문을 덮으려고, 음란을 정당화하는 묘한 법을 만든 아시리아의 여왕 세미라미스, 그 다음은 디도(베르길리우스는 디도가 아이네이아스를 향한 사랑이 좌절되자 자살한 카르타고의 여왕으로 그렸다.), 그 뒤에 음란한 클레오파트라가 있구나. 저기 헬레네를 보게. 이 여자로 인하여 긴긴 악의 세월이 흘러갔다.
아킬레우스를 보라! 트로이 왕자 파라스와 이졸데의 연인 트리스탄을! ”

#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의 슬픈 사랑
그런데 단테는 바람에 흔들리는 두 영혼에 주목하고 그들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였다. 오랫동안 분쟁하던 두 집안이 혼인을 통해 분쟁을 끝내려 하였다.
라벤나의 폴란테 가문의 딸과 리미니의 말라테스타 가문의 아들이 결혼한 것이다.

그런데 신랑 지안치오토는 절름발이인데다가 매우 못 생겨서 결혼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프란체스카는 잘 생긴 시동생 파울로과 눈이 맞아 10년간 불륜하였다.
파울로 역시 결혼하여 두 아이를 둔 아버지였다.

10년이나 불륜을 했으니 꼬리가 안 잡힐까. 어느 날 아내와 동생이 침대에서 불륜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지안치오토는 두 사람을 현장에서 찔러 죽였다.

프란체스카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신의 선생님은 아시겠지만, 비참할 때 행복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는 일만큼 괴로운 것은 없어요. 그러나 사랑의 뿌리가 어떻게 우리를 옭아맺는지 그렇게 간절히 알기 원하신다면 이렇게 울며 고백하겠어요.

어느 날 우리는 한가롭게
랜슬롯의 사랑 이야기(영국 아서왕의 기사 랜슬롯과 기네비어 왕비의 사랑이야기)를 읽었어요.

우리뿐이었어요. 거리낄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지요.
읽어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 여러 번 눈을 마주쳤어요.
얼굴도 여러 번 붉혔지요.

그러다 단 한 순간이 우리를 엄습했어요.
사랑에 빠진 그 연인이 오랫동안 기다린 입술에
입 맞추는 대목을 읽었을 때

그이는 온몸을 부들 부들 떨면서 내게 입을 맞추었지요.

그리고 나를 결코 떠날 수 없게 되었지요.
그 책을 쓴 자는 갈레오토(아서왕의 기사)였어요.
우리는 그 날 더 이상 읽지 못했습니다.”

한 영혼(프란체스카)이 말하는 동안 다른 영혼(파울로)은 울고 있었다.
비통한 소리에 에워싸인 단테는 연민에 맥을 못 추고 쓰러졌다.

( 참고문헌 )
o 단테 지음 · 박상진 옮김, 신곡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2007

o 윌리스 파울리 지음 이윤혜 옮김, 쉽게 풀어쓴 단테의 신곡 –지옥편, 예문, 2013

o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5

o 도미니크 티에보 · 장희숙 옮김, BOTTICELLI, 열화당,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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