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담은 영화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훨씬 넘겼다. 1968년 4월 창설됐다고
하여 684부대라고 불렀던 소위 ‘북파간첩양성부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1971년 8월 23일 실미도를 탈출, 버스를 탈취하여 청와대로
향하다가 서울 대방동에서 자폭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혹독한 훈련으로 인한 고통과 성공만 하고 돌아오면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희망이
점철되던 상황은 급기야 북파계획이 취소되면서 반전된다. 684부대의 존재가치가 없어진 상황에서 버린 자식 취급당하던 부대원들의 불만은 결국
청와대를 습격하려는 사건으로 비화된다. 당초 31명으로 구성된 684부대원 중 7명은 훈련도중 숨지고, 나머지 24명이 훈련장인 실미도를 탈출하여
서울로 진격하다가 국군과 대치 끝에 자폭의 길을 택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바로 그 비극의 훈련현장이면서 영화의 촬영장이기도 한 무의도 앞에
떠 있는 조그마한 섬, 실미도다.
영화 ‘실미도’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장


한 편의 클래식 음악과 한 폭의
풍경화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꽤 많다. 타원형으로
휘어진 해수욕장은 넓고 고운 은빛 모래와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그리고 아스라이 다가오는 섬 자월도가 합류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양편으로는 세월이 만든 기암괴석이 장관을 연출하고, 뒤편으로 호룡곡산과 국사봉이 감싸고 있으니 금상첨화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 세트용으로 해수욕장의 모래언덕에 지어놓은 하얀 집이 이런 분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나는 아내, 둘째 아들 도현이와 함께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걷는다. 파도가 만들어 내는 해조음은 클래식 음악이 되고, 해수욕장이 만들어낸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음악의 율동에 맞추어 발이 움직이고, 바다의 푸른 색깔로 가슴이 채색된다.
호룡곡산과 국사봉 사이 고개인 구름다리가
있는 곳에서 국사봉으로 오른다. 메마른 억새가 바람에 살랑인다. 국사봉 비탈에서 작고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아기자기한 바위들
너머로 멀리 인천시내의 건물들이 바라보인다. 뒤돌아보면 호룡곡산이 부처같이 근엄하다.
“야, 저기
실미도다!”
잠시 보이지 않았던 실미도가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국사봉 북쪽자락에 위치한 실미해수욕장과 몇 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실미도는 썰물 때면 연결이 된다. 마침 물이 빠지면서 바다는 절반쯤 갈라져 있다. 국사봉에서 실미해수욕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바쁘다. 실미해수욕장에 도착하자 이미 바다는 갈라져 많은 사람들이 실미도로 건너가고 있다. 모세의 기적으로 바다를 건너는 인파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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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망바위서 본 하나개 해수욕장 ⓒ장갑수 | ||
작은 백사장과 막사가 있던 곳을 둘러보며 분단이 빚어낸 아픔을 생각한다. 그 분단의 아픔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실미도’라고 하는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사실만으로도 통일의 실마리는 풀려지고 있는지 모른다. 세찬 바람에 파도가 밀려온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파도는 없어져버린다. 경계가 없어진 것이다. 저 파도처럼 남북이라는 경계가 없어지는 날도 머지않았으리.
▷산행코스
-. 제1코스 : 샘꾸미(1시간) → 호룡곡산(20분) → 구름다리(30분) → 국사봉(40분) → 실미해수욕장(큰무리마을) (총산행시간 : 2시간 30분)
-. 제2코스 : 하나개해수욕장(20분) → 환상의 길(해변 길)(30분) → 호룡곡산(20분) → 구름다리(30분) → 국사봉(40분) → 실미해수욕장(큰무리마을) (총산행시간 : 2시간 20분)
▷가는 길
-. 인천공항 옆 잠진도에서 무의도 가는 배는 수시로 운항된다. 대형버스까지 실을 수 있고, 섬 안에서도 대형버스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닦여 있다. 무의도 안에서 마을버스도 배 시간에 맞추어 수시로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