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의 도덕성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통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할 수 있는 발상이 이른바 문민시대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습니다. '문민'이라는 위장으로 국민들을 철저하게 우롱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안은 있는 그대로 엄정하게 조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불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되어야 합니다. 도청을 지시하거나 이를 수행한 행위, 그리고 도청으로 들어난 불법적 내용 역시 철저하게 밝혀져야만 합니다.
설혹 공소시효가 지났다 할지라도, 그리고 불법적 수단으로 얻어진 정보가 증거 능력을 갖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처벌의 문제는 별개로 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그 진상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 불법 도청을 근절할 수 있는 길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안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오직 진실 규명이라는 목적 이외의 정쟁을 경계할 필요가 큽니다. 자칫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정쟁으로 문제의 본질이 호도될 수 있고, 진실 규명이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정원의 자체 조사에 신뢰를 주기 어렵다거나 검찰의 수사가 공정치 않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면, 여야는 불법 도청에 관한 진실 규명을 위해 신속하게 국정 조사 혹은 특검 등의 문제에 합의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유로도 이번 사안이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국가기관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화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오면서 정권의 도덕성을 강조해온 참여정부가 이번 사안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그동안 이루어온 정권의 도덕적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음도 깊이 유의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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