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방학 아이들 ‘신나게 놀다’
단기방학 아이들 ‘신나게 놀다’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8.05.12 1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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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광주지부 주도 단기방학 프로그램
다양성과 재미가 함께 한 나눔 정신 실천

전교조 광주지부 등이 갑작스런 단기방학으로 갈 곳 없는 저소득층·맞벌이 부부 아이들을 위한 단기방학 학교를 열고 교과외의 다양한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나눔을 실천했다. 

전교조 광주지부의 ‘5월 어린이학교’(120명), 하남종합사회복지관 방과 후 학교의 ‘단기방학 프로그램’(50명), 광산구청소년 수련관 시우터 느티나무의 ‘시우터 마을학교’(40명)는 각각 단기방학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인터넷 등을 통해 어린이들을 모집했다. 예상보다 호응이 좋아 빨리 마감되었다는 후문.

단기방학 동안 저소득, 맞벌이 가정 자녀의 사회적 돌봄을 통한 나눔 정신의 실천하기 위해 전교조 광주지부의 주도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저소득계층 자녀들에게 교과외의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통한 공동체 정신 함양을 목표로 지난 6~9일 각 단체의 실정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현병순 전교조 광주지부 교사는 “학교장 재량 사항이긴 하지만 광주와 부산만 단기방학을 한 것으로 안다”며 무책임한 단기방학 정책을 꼬집고, “대책없이 학교 밖으로 내보내진 저소득층·맞벌이 가정 자녀들이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다”는 설명으로 프로그램의 의의를 대신했다.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단체와, 아이들을 맡긴 부모님들의 호응 속에서 진행된 다양성과 재미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전교조 광주지부의 ‘5월 어린이학교’

▲ 지난 8일 치평중학교 치평관에서 열린 ‘종이 머근 물고기’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찢은 신문지를 하늘로 던지고 있다.
체육관 안은 갈기갈기 찢긴 신문지가 바닥에 한가득. 집에서라면 엄마의 잔소리와 함께 불호령이 떨어지련만 단상에 있는 교사는 난장판이 되어가는 체육관을 바라보며 칭찬한다.

“더 많이 찢어야 돼”, “하늘높이 신문지를 던져봐” 등. 자유스러운 80여명의 초등학생들은 신문지를 찢으며 뒹굴고, 하늘로 던지고, 친구를 신문지 눈사람으로 만드는 등 주변을 어지럽히는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지난 8일 오전 ‘종이 먹는 물고기’ 수업이 펼쳐지고 있는 서구 치평중학교 치평관은 여느 초등학교 수업시간이라기 보다는 놀이터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내 무질서는 ‘꿈’으로 이어졌다. 여기저기 찢어져 널부러진 신문지들은 각 어린이들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 담겨졌고, 비닐봉지에는 지도 교사의 지시에 따라 테이프가 붙여지고, 지느러미가 달리고…, 어느덧 물고기가 되었다.

그 물고기는 각자 어린이들의 꿈이 새겨져 단상위에 매달리고, 프로젝션 스크린을 따라 움직이는 바다 속 풍경과 함께 어우러지며 움직였다. 물론 아이들도 단상에 올라 프로젝션 불빛을 받으며 함께 헤엄쳤다.

“우리 어린이들도 이 물고기들과 같이 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는 박태규 자운영 미술학교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전교조 광주지부에서 실시한 ‘5월 어린이학교’는 이처럼 창의성이 돋보였다. 이외에도 ‘깍두기’, ‘종이비행기’, ‘자연나들이-나주 이슬촌으로!’ 등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이번 학교에 무아(무지개 핀 아침)반으로 편성된 이원석(백일초 4) 어린이는 “종이 먹는 물고기가 제일 재미있었다”며 바쁘게 다음 프로그램으로 이동했다. 다음 수업을 찾아가는 어린이의 모습에서 마지못함의 억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남종합사회복지관 ‘단기방학 프로그램’

▲ 하남종합사회복지관 단기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두 아이의 노트에 쓰여 있는 ‘나의 꿈’
‘미니올림픽’이 벌어지고 있는 광산구 근린공원에는 40여명의 어린이들이 풍선 터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5월의 미풍에 날아가는 풍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단체줄넘기, 피구, 뽕망치 대결 등 다양하게 준비된 야외 행사에 2시간으로 예정된 일정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남종합사회복지관 유경숙 씨는 “원래 저소득 계층 아이들을 중심으로 복지관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이번에 전교조 광주지부의 건의로 참여하게 됐다”며 “기존 공부방 아이들에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새로 온 친구들이 1시간 만에 친해진 것을 보며 아이들의 적응력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특별히 기획한 프로그램이 있냐고 묻자, 아이들에게 노트를 한 권씩 줘서 꿈을 적게 했다고 했다. 그 노트에는 매 프로그램마다 느낀 점을 기록하게 해 이번 행사의 성과로 남길 예정이다. ‘단기방학 프로그램’에는 이외에도 ‘성교육(작은 책 만들기)’, ‘생활과학 외줄타기 인형’, ‘어등산 등반 및 야외스케치’ 등을 준비해 아이들과 함께 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규영(금구초 5년) 어린이는 “답답한 교실에서 나와 야외에서 뛰노니까 재밌어요”라며 제일 재미있었던 프로그램은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을 배운 성교육이 좋았다” 답했다. “학교에서도 성교육을 받지만 형식적인데 이곳에서는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배워서 재미있었다”고.

시우터 느티나무의 ‘시우터 마을학교’

▲ ‘시우터 마을학교’에 참가한 한 아이가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쓴 편지.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자연놀이’와 ‘창의미술’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광산구청소년수련관 어학교육실과 앞마당에는 각자 자기 몫의 토마토 심기와 미술 도구에 몰두하고 있는 40여명의 어린이들로 분주했다.

실외에서는 화분에 토마토를 심고, 물을 주고, 자신의 이름이 붙어있는 팻말을 붙이고 있는 어린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실내에서는 목판을 조각칼로 파고,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넣어 보기도 하고, 이름을 새기기도 하고…. 마지막에 잉크를 묻혀서 찍어내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들고 웃으며 만족하고 있었다.

‘굳게 다져진 공동체’라고 ‘시우터’의 뜻을 전한 한송희 광주YMCA 광산지회 간사는 “자원봉사자, 전교조 광주지부와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원래 보건부 지원으로 청소년 아카데미 사업으로 5~6학년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번 단기방학에 그 학생들의 동생들까지 모집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안가고 싶어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는 말로 프로그램이 성공적임을 표현한다.

‘시우터 마을학교’는 이 밖에도 ‘감사케익만들기’, ‘치과검진 및 치아건강교육’, ‘골목길탐사-첨단지역 역사문화유적명소’ 등의 프로그램도 시행하여 좋은 호응을 얻었다.

한편 한 간사는 “이번 단기방학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층·맞벌이 가정 아이들에게는 갑작스런 단기방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휴일에서도 빈부의 격차를 느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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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영 2009-02-17 20:30:23
억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