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80주년 기념 청소년인권포럼
광주학생항일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 나주-광주 간 통학 열차에서 있었던 일본인 학생의 조선인 여학생 희롱 사건과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일본인 학생과 조선인 학생이 벌인 집단 충돌일 것이다.
최승원 전남여고 교사는 “어쩌면 수업 중에 가장 원색적인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모르겠다”라며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감정의 충돌이 아닌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에 기인한 항일 운동으로 평가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인권포럼 주관의 포럼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 80주년 우리에게 남겨진 시대정신’이라는 주제로 지난 29일 저녁 7시 광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렸다.

‘학생의 날’은 2006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최 교사는 이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명칭 변경 이후 교육부총리가 주관하는 국가적 행사로 격상됐다”며 “하지만 11월 3일이 화석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경건하게 치를 것’을 학생과 교사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
최 교사는 지수걸 공주대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모든 기념행사는 특권화 된 역사상을 의례적으로 반추하는 단순한 ‘기념식’이 아닌 민중들의 생활요구나 정서를 반영한 민중 주도의 ‘기념투쟁’이 돼야 한다”며 “이 같은 ‘기념투쟁’을 통해 현실을 반영한 민중투쟁의 새로운 ‘상징’이나 ‘전통’을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제출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자료를 보면 ‘다시 ‘학생의 날’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이라는 글에 광주항일학생운동 재현 퍼포먼스에 대한 비판이 실렸다.
“청소년들이 당시 복장으로 갖춰 입고 그대로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어떤 맥락으로 읽힐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 역사적 사실을 주목하게 하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민족의식을 의도적으로 강화하는 우경화된 국가의 의도에 부합하는 행사로 전락할까봐 걱정 된다”라고 쓴 소리를 뱉었다.
또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사건을 회자할 때 광주 지역 남학생들의 비밀결사인 독서회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지만,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여학생들의 적극적인 항일 투쟁 조직인 소녀회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덧붙여졌다.
“여성을 피해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여성의 역할과 위치가 사라졌다”며 “투쟁의 주체로 서 있는 학생은 곧 남학생이며, 여학생은 구해내고 보호해야할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머물러 있다”라는 비판이다.

포럼에 참석한 정태연 21c청소년공동체희망 활동가는 “1929년 11월을 단순히 학생들의 독립운동으로만 이해해 당시 학생들이 일본제국주의와 맞물리는 상황과 요구 중 많은 부분을 편집해 버렸다”며 “이는 현재에도 억압과 차별 속에 사는 학생, 청소년들의 현실과 역사 속 학생들의 행동을 단절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기성세대의 기념사업으로 전락해버린 현실 속에서 현재의 청소년들이 직접 행동할 수 있는 주체로 새롭게 나설 수 있는 날로 계승·확대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