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전쟁을 겪고 살아남은 4명의 남녀가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난다.
“우리의 바람은 평화롭게 사는 것. 우리가 흘린 땀방울은 곡식을 키우고, 우리가 거둔 곡식은 함께 나누는 것.”
“그런 땅을 찾고 싶어. 그런 땅을 갖고 싶어. 우리의 바람은 전쟁이 없는 세상.”
(사)내벗소리민족예술단(이하 내벗소리)의 여섯 번째 정기공연 ‘꿈꾸는 고향-아리랑을 찾아서’가 지난 10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공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반인 누구에게나 친근한 ‘아리랑’을 소재로 노래와 기악, 연극까지 결합한 무대를 선보였다. 주제는 통일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다.
내벗소리는 한국 전통예술의 전승·보급을 통해 전통문화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탄생했다. 나이와 계층, 지역에 상관하지 않고 전통 음악으로 ‘평화’와 ‘화합’을 이야기한지 올해로 7년째다.
신경환 단장은 “갈수록 북녘 땅에서 내려오는 전통 음악이나 문화를 접하기 어려워지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 속에서 전통 음악 발굴을 통해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음악교류사업과 해외문화교류 사업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통일을 대비해 우리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원들은 노래, 판소리, 연극을 하는 예술인 뿐 아니라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사물.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단소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전통곡을 연주하거나 창작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공연이나 창작 활동이 반드시 ‘통일’이라는 주제에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의 국악 발굴과 새로운 창작국악을 발표해 전통 음악의 보급과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통음악을 지역민 등 대중들이 친밀하게 향유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매년 이맘때쯤 여는 정기 공연 관람에 다문화 가정이나 새터민은 무료다.
비단 정기공연뿐 아니라 국내 크고 작은 무대에서도 이들의 공연은 빛을 발하고 있다.
5월 정신 계승 국민대회, 새터민 합동결혼식, 대인시장 문화 행사, 무등산 풍경소리, 장애인들을 위한 국악한마당까지. 최근에는 광주 무등 경기장에서 올스타 야구 경기 식전행사에 올라 시민에게 호응을 얻었다.
문화예술촌 연바람 대표이자 내벗소리에서 연출을 맡고있는 오성완씨는 “우리 음악을 연구하고 무대에 서기 위한 모습이 고집스럽게 비칠 수 있다”며 “현실의 세태와 타협하지 않는 미련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를 극복하고 매번 음악극을 만들어 내고 공연을 올리는 데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며 “또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꿈, 인간 삶의 소중한 무언가를 공연으로 얘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은 남과 북의 여러 지방의 특색 있는 선율과 음색을 가진 아리랑과 민요, 타령 등이 선보여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중국 교포들이 애창하는 연변아리랑과 사할린 교포들이 즐겨 부르는 ‘씨를 활활 뿌려라’ 등을 편곡해 평소에 볼 수 없는 색다른 공연이었다는 평이다.
공연장에서 만난 예술고등학교 학생 김소라양(1학년)은 “국악이 통일과 평화라는 의미를 담아 어우러질 수 있다는데 감동받았다”며 “이런 공연이 열린 공간에서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기공연 당일 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미란씨(45·연제동)는 “전통음악을 소재로 하는 공연은 처음 와봤다”며 “사물놀이를 하는 아들에게 좋은 관람이 됐다”고 말했다.
박진희씨(39·운암동)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매체가 영화나 입장료가 비싼 공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시간도 돈의 여유도 없는 서민들에게 모처럼만에 좋은 공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문의는 (사)내벗소리민족예술단 전화 011-604-3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