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만난 재래시장, 문화도시 명소 될까
예술과 만난 재래시장, 문화도시 명소 될까
  • 최유진 기자
  • 승인 2009.11.20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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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1월말 끝나는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성과…현대 예술 향유의 새로운 장 열었다
과제…예술가와 상인 협력 및 소통 높여야

삶과 예술의 거리는 얼마만큼 좁혀질 수 있을까.

‘예술을 통한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출발한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 광주의 대표 재래시장인 대인시장에 자리 잡은 이 프로젝트가 이달 말로 종료된다.

‘국제적 예술시장 형성’이라는 초기 목표 도달을 위해 ‘예술’과 ‘재래시장’이라는 두 소재는 10개월간 얼마나 잘 버무려졌을까.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의 부활을 꿈꾸는 도시 광주. 그리고 대인시장이 그런 도시의 명소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가’ 이달 말에 끝난다. 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예술’과 ‘재래시장’이라는 서로 다른 단어가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평가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전과 목표가 큰 만큼 현실과의 괴리도 작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지원 광주전남문화연대 사무국장은 “사업 초기 상가 번영회와의 협업문제로 예정된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는 기획팀의 운신도 어렵게 만들어 결국 사업 자체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30년간 식육점을 운영해 온 나양수씨(48)는 “뭘 하더라도 꾸준히 해야 성과가 나오지 않겠냐”며 “공무원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계획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류 제출용’ 사업을 나열할 것이 아니라 ‘예술 시장’으로 명성을 쌓아 나갈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10개월은 ‘시장의 예술화’ ‘예술의 시장화’ ‘레지던시(작가들이 입주해 창작 활동을 펼치는 형태)의 조성과 정착’이라는 전략이 모두 시장에 녹아들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예술가와 상인 그리고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소통과 협력에 더 높은 적극성이 필요했다는 견해는 절대적이었다.

박성현 프로젝트 총감독은 “작가와 상인 간의 생각 차이, 생활방식 차이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긴장감과 마찰이 존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시장 속에 들어와 진통의 시간을 겪었던 시기였다고 평가한다”며 “아마 내년은 본격적으로 예술시장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내실을 갖추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밝혔다.

상인 김동익씨(35)는 “광주비엔날레 때 ‘복덕방 프로젝트’로 대인시장이 무대가 되면서 상인들의 기대심리가 컸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상인도 시장 내의 예술가의 공간을 인정해야 하고 예술가도 상인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설치·전시해야 한다”며 “생활 밀착형 예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혜영 홍보담당관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눈에 보이는 행사 외에 이해 당사자 간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담당관은 “공감대가 없던 두 분야가 만나 예술 작품이 생산되는 전 과정이 오픈됐다”며  “시민과 상인이 현대 예술을 이해하고 조금이나마 향유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상인은 “작가들이 빈 점포를 메우고 들락날락 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활력이 넘쳐 보였다”고 프로젝트 자체를 반겼다.

이달 말 단기입주 작가들은 대인 시장을 떠나고 모든 프로그램은 종료된다.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찾아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년 2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대인시장은 겨울 추위와 더불어 작가들이 비운 자리 때문에 공허함이 맴돌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편 프로젝트에는 회화를 비롯해 판화, 조각, 금속조각, 설치, 국악, 미디어·영상, 플로리스트, 한지공예, 동양화, 사진 등 약 50여 작가와 단체들이 참여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7대 문화권 사업 일환으로 사업비 12억 원(국비 6억, 시비 6억)이 투입됐으며 국내 최초 예술을 통한 상업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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