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가 말하는 ‘인간적’이란?

특유의 재담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소설가 성석제의 소설은 일반 대중에게 쉽고도 재미있게 읽혀진다.
“집안 내력에 ‘웃음 유전자’가 많은 것 같다”는 성석제는 늘 ‘웃음과 즐거움을 나눌만한 일이 없을까’ 고민한다고 한다.
중후한 목소리로 강의를 이어가는 도중에도 재치 넘치는 농담을 던져 청중들로 하여금 폭소와 박수를 얻어내는 그에게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꽤나 적절한 찬사일 듯하다.
경험했던 혹은 들었던 재미난 일들을 ‘글로 쓰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문장으로 가져왔을 때 ‘언어’ 본연의 특성상 딱딱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글을 말처럼 잘 옮겨 웃음을 유발하는 일은 고된 작업임이 분명하다.
성석제는 “독자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들게 하는 일은 무척 힘들다”며 “때문에 현실의 웃음을 문장의 웃음으로 번역하기까지 나는 반쯤 정신을 놓고 글을 쓴다”고 말하며 수더분하게 웃었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빨’ 너머에는 사실 ‘제정신이 아닌’ 방대한 독서량이 비결이기도 하다.
최근 신작 「인간적이다(하늘연못)」를 펴낸 그는 일반적으로 책 1천권을 읽었을 때 1권의 책을 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지금까지 18권의 시집, 산문집, 소설 등을 펴냈으니 그가 읽은 책은 어림잡아도 약 2만권에 육박한다.
작가는 “따로 글 쓰는 법을 배운 적은 없다”며 “어려서부터 닥치는 대로 소설을 읽었고(대개 무협소설이 많다), 우연히 접한 바둑과 낚시, 틈틈이 떠나는 여행이 나의 문학 수업의 전부다”고 얘기한다.
그런 와중에 얻게 된 ‘연대에 닿고 싶다’는 경험적 교훈은 그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나 혹은 주변에 벌어졌음직한 소소한 일상의 편린들이 그의 손을 거치는 순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으로 변한다. 그때 작가는 독자와 연대하며 소통한다.
그는 “글을 통해 인간의 여러 가지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에 대한 통찰을 시도한다”며 “웃음이 묻어나는 글을 통해 ‘인간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인간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인간의 행위는 그 어떠한 것도 예외가 없다. 예컨대 사소한 버릇, 직업에 관한 에피소드, 도박이나 술에 빠진 사람, 가족을 버린 폐륜아, 사랑을 배신하는 사람 등 모두가 그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작가는 “어떤 문장은 누군가에게 삶의 지침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그 사람의 일부가 돼 ‘존재’의 가치를 고양시키기도 한다”며 “좋은 문학 작품의 역할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중학생 시절 ‘몸 쓰는 일이 싫어’ 들어간 독서반에서 읽었던 박지원의 「호질」이 시대를 뛰어 넘어 웃음과 연대감을 준 고전이었다.
그는 끝으로 “수없이 많은 곁길에 곁눈질을 하고, 공감을 얻어내고, 변화무쌍한 인간사를 기록하는 일이 소설가인 나의 역할인 것 같다”며 강의를 마쳤다.
한편, 전남대 박물관 2010 문화강좌 네 번째 손님은 시인 도종환이다. 강연은 오는 7일 용봉문화관 시청각실(4층)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