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
“(수화로) 선생님, 들려요”
난생 처음 악기 소리를 느껴 본 청각장애인 정지성(16) 군이 감격적인 표정으로 ‘손 말’을 했다. 비록 비장애인이 듣는 소리와 똑같진 않았지만, 분명 북의 미세한 진동과 울림이 느껴지는 그들만의 ‘소리’였다.
‘홀더’지역아동센터(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자는 뜻)에서 방과 후 야간보호를 받고 있는 청각장애아 13명과 지적장애아 2명의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난타 연주는 이렇게 시작됐다.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2월부터 난타를 통한 예술 활동 체험의 기회가 열린 것. 아이들은 오는 26일 열리는 (사)실로암사람들(대표 김용목 목사) 주관의 장애인의 날 기념 <하나된 소리> 공연과 27일 열리는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주최의 <장애인 어울 한마당>에서 그간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인다.
홀더지역아동센터의 김혜옥 센터장은 “듣지도 못하는 데 무슨 난타를 배우냐는 말을 들었다”며 “비장애인들이 갖는 편견과 오류를 깨고 싶었다.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두드림’을 들어달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기껏해야 청각장애인들은 수화 노래 정도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배움을 계기로 아이들의 자존감과 가능성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소외 계층을 찾아가 공연(내년 초 계획)도 펼치며 베풂을 통한 사회 환원을 구현하겠다”고 덧붙였다.
난타 교육을 담당한 놀이문화공동체 ‘꿈꾸는 다락방’의 소윤정 대표는 “난타는 리듬 감각이 있어야 한다”며 “사실 들리지 않는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을 할까 걱정을 했었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다행히 이런 부분을 남상은 수화통역사가 보완해줬다.
남상은 통역사는 “리듬감이나 강약,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습하는 내내 함께 하며 수화로 전달했다”며 “아이들이 생기 넘치게 서로 호흡하고 맞춰가며 연주를 완성해가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소윤정 대표 역시 “한주 한주 연습을 더해갈수록 비장애아들보다 의욕이 넘치며 적극성을 보였다”며 “이제는 일반인 못지않게 박자 감각도 느끼고, 몸짓 활동을 통한 소통의 시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저녁 7시 반. 센터 지하 연습실에서 공연전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던 지성 군은 “처음에 ‘나는 들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난타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며 “하지만 배워보니깐 재미있었고, 장애가 있어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함께한 김상운 군 역시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를 북을 두드리며 풀 수 있다”며 “기분이 아주 시원하고 좋다”고 즐거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홀더지역아동센터 장애 학생들의 난타 공연은 오는 26일 저녁 7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날 공연에는 장성규(시각장애인 1급)씨의 클라리넷 연주를 비롯해 중도 장애를 얻은 김영하(광주세무서 근무)씨의 강연, 비장애인 CCM 아티스트 송정미 씨 공연 등도 함께 꾸며진다.
공연 관련 문의 062-672-7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