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재주꾼 69. 극단 정거장
우리동네 재주꾼 69. 극단 정거장
  • 박창배 기자
  • 승인 2016.10.12 2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거장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 새로운 목적지로 출발
▲ 극단 정거장은 창단한지 5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다녀간 단원들에게는 정거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거장 하면 어떤 생각들이 떠오를까?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정거장은 항상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소, 아니면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극단 정거장은 2012년에 창단된 연극동아리다. 서구문화원에서 연극기초과정을 이수한 수강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꾸준히 연극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창단했다. 극단의 이름인 ‘정거장’은 극단원들의 명칭공모를 통해 자유스럽게 선택됐다.

정거장이 갖는 많은 의미들 중 인생여정에서 들렀다 가는 곳으로 어디로 갈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정거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아리가 되길 바라면서 정했다고 한다. 처음 단원은 15명으로 시작해서 5년간 정거장 역할을 톡톡히 하다 지금은 18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매주 수요일이면 정거장에 모여 연극연습을 한다. 연극배우처럼 연극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로서 일주일에 한번 모임을 갖고 연습을 하다보니 1년에 한 작품씩 소화해 내고 있다. 중간에 단원이 변경되기도 하지만 단원들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작품을 올리고 있다.

▲ 극단 정거장은 지난달 28일 제5회 정기공연으로 '흥부가 기가 막혀'를 무대에 올렸다.

최근에는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의 자식을 현대의 젊은이들로 빗대어 각색한 ‘흥부가 기가막혀’라는 연극을 올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달 15일에는 순천연극협회의 초청으로 공연을 하러 간다.

또 다음달에 개최하는 제2회 광주시민연극제에 출품을 할 ‘아름다운 사인(死因)’이라는 작품 연습에도 한창이다. 극단 연인의 대표이자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은 김종필 씨의 지도아래 동작과 어투, 표정까지 연습중이었다.

장진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썼던 희곡이 ‘아름다운 사인(死因)’이다. 극단이나 연기학과에서 다수 공연했던 작품인데 다소 자극적인 주제인 자살을 다루고 있지만 극단 정거장만의 색깔로 각색하여 우리사회에 남아 있는 남성의 폭력성에 대해 위트있게 처리했다.

연극 연습을 하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실제 본인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컸다.

경상도 사투리를 칼칼하게 뱉어낸 바람핀 남편 때문에 농약을 마신 역을 하고 있는 단원 이지선 씨는 전라도 토박이다. 딸을 정략결혼 시킨 후 먼저 죽은 딸 때문에 죄책감으로 자살한 역을 맡고 있는 김선주 씨, 애를 못 낳았다고 소박 맞고 죽은 역할을 하는 신미경 씨, 약에 찌들고 술과 함께 사는 역을 맡은 극단 대표 양명희 씨 등은 실제 술과 약과는 거리가 멀다. 31살 취업준비생 역할을 하고 있는 단원 나정임 씨는 60이 넘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하면서 암으로 사망한 역을 맡은 서영순 씨는 실제 아주 건강하다.

연극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잠시나마 연극을 통해 각기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도 참 재미있을 듯 하다.

검시관 역할을 맡은 김영옥 단원의 마지막 대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섯구의 시체가 들어왔습니다. 거의 같은 시간대였었죠. 여섯구의 시체. 여자 여섯. 여섯 모두. 타살. 참 재미난 우연이라고 우리 모두는 웃었습니다.” 처음에 시체의 사인은 자살이라고 했는데 마지막에 검시관은 왜 타살이라고 했을까요? 11월 19일에 있을 제2회 광주시민연극제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 제2회 시민연극제 참여를 위해 '아름다운 사인'이라는 연극을 연습중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