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예는 가죽에 무늬를 새기고 색을 입히거나 염색을 하는 작업을 통해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도 하는 공예다. 재료로 사용되는 가죽은 여러 동물의 원피를 가공해 사용하지만 주로 소가죽을 많이 사용한다.
가죽공예는 예전부터 주로 신발이나 갑옷, 화살집 등을 만들어 사용해 왔는데 내구성이나 내수성이 부족하여 원형보존이 어렵다. 현존하는 가장 오랜된 가죽공예품은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의 천마도가 그려진 장니의 테두리에 사용됐다. 천마도 장니는 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에 달아 늘어뜨린 자작나무로 만든 마구로 가장자리에 가죽을 대어 만들어져 있다.
가죽공예품하면 가죽으로 만든 가방, 핸드백 등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가죽공예품 제작과 함께 다른 공예와 협업을 하고 있는 가죽공예 작가가 있어 만나 보았다.
미술과 가죽공예
조민정 작가는 원래 예쁜글씨 POP, 캘리그라피를 방과후학교에서 가르쳤다. 사범대를 나와 교육자의 길을 걷고 싶었던 꿈을 방과후학교에서 나마 실현시키고 있었다. 어느날 친구가 만들었다는 핸드폰 가죽 케이스를 보고 가죽공예에 대해 알게 됐고, 취미삼아 가죽을 만지기 시작한 계기가 가죽공예가로 변모하게 했다.
“가죽공예는 선택의 폭이 넓었다. 가죽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은 없었고, 다양한 장르의 공예와 접목이 가능했다”면서 “서양화의 기법도 배워 가죽공예에 배색을 어떻게 하면 독특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공부도 했다”고 한다.
가죽공예에 무늬를 새기는 방법 외에 색깔을 입혀 염색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수채화의 기법을 응용해 배색을 하거나 붓을 사용하는 등 독특한 방법을 창안하기도 했다. 다른 공예가는 유성염료의 원색으로 염색하다보니 정해진 색만 공예품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민정 작가가 만든 공예품은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가죽공예에 다양한 색의 그라데이션(점층효과)도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붓을 사용하다보니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꽃을 그려 넣더라도 분홍색만 칠하는 것이 아니라 명암을 넣기도 하고 분홍색이 엷어지는 효과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죽제품 만드는 과정
가죽공예품은 서툴러도 서툰대로 작품으로 선뵐수 있다는 것이 조민정 작가의 이야기다. “처음 해보는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데 염색을 잘못해도 가죽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면서 “작품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사용하다보면 손떼가 묻고, 가죽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부드러워지는 장점 때문에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작가도 소가죽을 사용한다. 소가죽은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고 경제적이면서 다양한 가공법으로 원하는 물건을 제작하기에 다소 쉬운 편이기 때문이다. 소가죽의 생피는 그 자체로 공예제품을 제작할 수 없다. 물이나 습기에 약하고 쉽게 썩고 수분이 빠져나가면 딱딱해지면서 뒤틀리기 때문에 가공을 해야 한다. 이를 무두질이라고 한다. 무두질에 사용되는 방법에 따라 베지터블(Vegetable) 가죽을 이용한 가죽공예와 크롬(Chrome) 가죽을 이용한 가죽공예로 나뉜다.
베지터블 가죽은 크롬보다 염색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크래치나 물, 습기 등에 약하긴 하지만 가죽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고 색상이 자연스러워 시간이 갈수록 멋스럽게 변색하는 장점이 있다. 이런 가죽을 쓴 부위는 물이 묻으면 그 부분이 얼룩지게 된다. 그래서 우스게 소리로 비가오면 명품은 가슴에 안고 짝퉁은 머리에 인다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다.
크롬 가죽은 베지터블 가죽에 비해 내구성이 좋으며 색상이 일정하고 동일한 품질을 맞추기 용이하기 때문에 공산품에 많이 사용된다.
북구 신용동에 조민정 아뜰리에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 조민정 작가는 가죽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죽공예도 있고, 몇 달을 걸려 작업을 해야 완성되는 공예품도 있다”면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선물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가죽공예는 좋은 가죽을 사용하여 세상에 유일한 가죽공예품을 만든다. 어떤 공예품을 만들 것인지 구상을 한 뒤 가죽에 4B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후 도트라는 도구로 긁어내거나 만들어진 문양을 망치로 두들겨 가죽에 찍어 내기도 한다. 그런 후 염색을 하게 되는데 면장갑으로 유성염료를 발라 문질러 염색을 하게 된다. 여기에 조민정 작가는 은은하면서 섬세한 작업을 하기 위해 붓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염료의 원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을 내도록 독특한 작업을 하게 된다. 여기에 코팅 작업을 하면 염료가 묻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감 바느질을 위해 펀치를 이용해 구멍을 내 실로 배박음질 하면 공예품이 완성된다.
다양하게 표현가능
조민정 작가는 가죽공예에서 끝내지 않았다. 가죽공예에 문양만 넣는 것이 아니라 캘리그라피를 이용한 다양한 문구도 넣는다. 그리고 수채화 느낌의 색을 내기도 한다.
조민정 작가는 “가죽공예를 하다보니 다양한 분야와 접목이 가능했다”면서 “특히 가죽공예와 잘 어울리는 것이 목공예인 듯 한데 쟁반을 만들거나 컵의 마감장식에도 가죽을 이용해 만들어 봤다”고 했다. 식탁이나 책상의 상판을 가죽으로 만들기도 하고 성경책 케이스도 가죽으로 만들어 인기를 얻기도 했다. 목공예 뿐만 아니라 LED 등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도 했다.
얼마전 30년간 사용한 가죽가방을 리폼해 달라는 의뢰로 작업 중이라는 조민정 작가는 “가죽은 습기에 약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드러워 지고 색감이 익숙해지는 장점이 있다”면서 “다른 파트와의 융합작품도 만들고 쉽게 싫증이 나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가죽공예에서 찾은 남도의 멋
조민정 작가는 가죽을 이용한 공예품의 장르를 넘어서 협업을 통한 다양한 융합 공예품을 만들고자 했다. 가죽의 장점을 살려 다른 공예품과 잘 어우러지는 공예품이야말로 조민정 작가가 만들고자 하는 조화를 이루는 남도의 멋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