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함께하는 신창동 슬기 그림책 독서모임
주민들과 함께하는 신창동 슬기 그림책 독서모임
  • 이훈규 시민기자
  • 승인 2017.06.29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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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몽담’ 통해 되찾는 삶의 여유
아버지의 격려 한 마디로 각고의 노력으로 문제 떨쳐
조선 중기 시인 김득신 어린시절 이야기에 큰 깨달음

‘엄마, 아빠가 그림책을 만나면 잃어버렸던 동심을 찾고 치유가 일어납니다. 삼촌과 고모가 그림책을 만나면 식었던 가슴이 따뜻해지고 삶은 훈훈해집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림책을 만나면서 꿈을 꿉니다. 0세에서 100세까지, 3대가 함께 읽는 그림책을 통해 새로운 가문을 만들어 갑니다.’(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장길섭 관장)

그림책만 읽었는데 일상의 삶이 달라졌다는 어른들의 그림책 독서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 30분 광산구 신창동 슬기교회(담임목사 류상선) 카페에서는 어른들의 그림책 읽기 모임이 진행됐다. 전업주부인 박성하·김은혜·신선희 씨와 김희경 씨, 그리고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훈규(61·독서연구가) 씨 등 5명이 빙 둘러앉았다.

이날 선택한 그림책은 ‘책 씻는 날’. 박성하 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10여 분 동안 나직한 목소리로 읽어나갔다.

그림책 내용은 조선 중기 문인이자 시인인 백곡 김득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친구들은 이미 책을 다 외우고 떼서 책 씻기를 하는데 그는 혼자서 못 외운다.

스스로 바보같다고 눈물 흘리는 몽담(김득신의 어릴 적 이름)이에게 아버지는 태몽을 이야기해주면서 ‘너는 학문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게야’ 하면서 아버지의 믿음을 몽담이에게 말한다. 몽담이는 ‘만 번을 읽겠습니다. 깨칠 때까지 읽고 또 읽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드디어 몽담이도 책 씻기를 하는 날을 맞는다.

그는 어리석고 우둔한 탓에 공부를 그만 두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나 억만 번 책을 읽는 상상할 수 없는 노력으로 59살에 과거 급제하고 조선 최고시인이 됐다.

그가 그렇게 성장하기까지는 그를 끝까지 믿어주는 아버지가 있었고 좋은 스승이 있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씨와 참석자들은 책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만약 내 아이가 몽담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씨의 물음에 침묵이 흐른 것도 잠시 부모로서의 경험담이 줄줄이 이어졌다.

신선희씨는 “김득신과 그의 아버지, 스승 모두 훌륭하다. 어제 초등학생 딸의 수학문제를 풀다 화가 났다. 너무 어려워서. 딸 수학점수가 낮아 풀어봤는데 너무 어렵더라. 하지만 이것도 딸의 성적이 오를 때까지 인내하면서 기다려줘야겠다”고 말했다.

김희경씨는 “믿고 기다려준 김득신 아버지가 대단하다. 김득신 아버지처럼 아이의 장점을 살려야겠다. 아이의 활달하지 못한 성격이 거슬려서 늘 다그쳤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하 씨는 “그림책을 읽고 나면 내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소리 두 번 지를 것도 한 번 하게 되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몽담이는 다른 이와 다른 시간의 흐름을 살고 조금 느리게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멈춘 건 아니었다. 모두가 안달할 때 아버지와 훈장이 그걸 알아줬다. 몽담이를 모두가 믿어주고 기다리지 않았다면 훗날 김득신이 될 수 있었을까”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한편, 그림책 독서모임은 지난해 9월 7일 ‘내 토끼 어딨어?’ 그림책 읽기를 시작으로 이날 16번째 모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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