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교육위원회 '진흙탕 싸움'
광주시 교육위원회 '진흙탕 싸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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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으로 구성된 광주시 교육위원회가 각 위원들간 알력과 이합집산으로 소란스럽다.
지난해 9월부터 제3기 후반기 의장단을 맡고있는 김희중 의장과 탁인석 부의장이 지난 27일 동반 중도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30일 제106차 임시회에서 의장단 해임안이 통과됐고 한연기, 박동호 위원이 각각 의장과 부의장에 선임됐다.

선거 앞두고 이해관계 따라 편가르기
교육위 10년만에 첫 의장단 중도하차


30일 임시회 한연기 의장, 박동호 부의장 선임
폐지설…내년 선거 치러지지 않을수도


교육위원회 의장단의 중도사퇴가 초유의 일인데다 '교육위원 중 의장단을 맡아보지 못했던 원로 위원들 배려 차원에서 사퇴한다'는 의장단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장파 위원들간 알력이 의장단 중도낙마의 도화선이 됐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교육위원 구성

현재 광주광역시 교육위원은 김희중, 탁인석, 김재옥, 이정남, 박동호, 장정식, 한연기 위원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김희중(58), 탁인석(50), 김재옥씨(50) 등 50대 위원들과 40대인 이정남 위원(45)이 소장파로 분류되고 60대 후반인 박동호(65), 장정식(69), 한연기 위원(68)이 이른바 원로위원으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위원들이 나이를 중심으로 구분되는 것은 노소를 기준으로 이른바 원내 세력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소장파 위원 가운데 전반기 의장단을 맡았던 김재옥 위원과 이정남 위원, 30일 사퇴한 후반기 의장단인 김희중 위원과 탁인석 위원이 교육위원회 내의 역학관계에서 입지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3기 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당초 이들 4명의 소장파 위원들이 의견을 모아 원로위원들과 대립하는 형세였으나 최근 소장파 내에서 불화가 발생, 공조가 깨지고 새로운 판도가 짜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장파 위원 양 진영 가운데 교육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김재옥 전의장과 탁인석 전부의장이 각각 2002년 시교육감 출마 입지자로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어 알력관계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 사퇴파문 경과

당초 찰떡공조를 자랑하던 소장파 위원들간 불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현재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하고 있는 서부교육청을 서구 상무지구로 이설하는 문제를 두고 양측간 구도가 확연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부터 불거진 서부교육청 이설문제를 두고 김희중, 탁인석 위원은 이를 찬성하는 입장에 섰고 광산구 출신으로 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있는 이정남 위원은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개진하며 대립구도를 보였다.

이같은 입장차이는 표대결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난 4월 12일 치러진 제103차 임시회에서 김재옥, 이정남, 한연기 위원이 이설반대에 표를 던졌고 탁인석, 장정식, 박동호 위원이 찬성해 동수가 나왔으나 당시 의장이었던 김희중 위원이 탁위원측에 표를 행사해 4대 3으로 서부교육청 이설안이 가결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 21일 교육위원회 간담회에서 의장단의 교육관련 이권사업 개입 등의 이유를 들어 의장단 사퇴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당초 사퇴권고를 제기했던 소장파 위원들은 출장중인 장정식 위원을 제외한 김재옥, 이정남, 한연기, 박동호 위원 등 전체 교육위원의 과반수인 4명의 서명을 받아 의장단 불신임안을 제출키로 했다.

하지만 실제 불신임안은 제출되지 않았다.
이정남 위원은 "이같은 취지의 불신임안을 작성키로 하고 서명을 받은 뒤 문건을 작성하는 도중에 의장단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불신임안 작성 및 제출로 어수선한 가운데 김희중, 탁인석 의장단은 지난 27일 자진 동반사퇴하겠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론화해 외견상 불신임 파동은 일단락됐다.

제106차 임시회 마지막 날인 30일 시교육위원회는 본회의가 끝난 뒤 의장단이 사퇴서를 제출했고 교황식 투표방식에 의해 한연기 의장, 박동호 부의장으로 새로 의장단이 꾸려졌다.

■ 선거앞둔 파워게임

제3대 교육위원회가 꾸려졌던 지난 98년부터 소장파 위원들이 담합해 원로위원들을 '왕따'시키고 있다는 설이 난무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이에대해 극구 부인하는데다 뚜렷한 근거가 될 수 있는 물증을 제시할 수도 없는 사안이어서 그저 의혹으로만 표현됐었다.
그러다 이번 불신임안, 사퇴파동 과정에서 이같은 묵계가 실제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30일자로 부의장직을 사퇴한 탁인석 위원은 지난 29일 스스로 작성한 성명서에서 "제3대 교육위원이 선출되자 마자 김재옥 위원이 소장파 4명 등을 소집하여 '우리가 의장단을 2년씩 구성하여 주도권을 잡아가자'고 제안하였고, 특별한 반대가 없이 2년씩 하기로 묵시적 약속을 하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년 (교육감)선거는 내가 한다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이름이 거론되는 마당에 굳이 쫓아다니며 한다 안한다고 하는 것도 우습다"며 항간의 교육감 출마설을 간접시인하면서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 어떤 수작을 부려서 사태를 어렵게 만들려는...."이라며 음모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이정남 위원은 "(탁위원측에서)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다른 의도가 있었으면 다른 (원로)분들이 서명에 동참했겠느냐. 묵시적 약속도 없었다"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얽히고 설킨 이전투구 양상은 2002년 선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교육청 내외의 인사들이 입지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탁위원과 김재옥위원이 포함돼있다. 또 김희중위원이 탁인석위원을 후원하고 이정남위원이 김재옥위원을 밀고 있다는 것은 거의 공론화된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교육위원회 내부에서 일종의 파워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 또 다른 변수-교육위원회 폐지설

이미 내년 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사건들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교육위원회 폐지로 내년 선거가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청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고있는 현실에서 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가 교육청 예산승인권을 갖고있어 교육위원회는 옥상옥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송선태 시의회 전문위원은 "이처럼 시의회와 교육위원회의 역할이 중복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교육위원회 폐지, 교육담당부시장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타나고 있고 현정권 초기에도 심각하게 고려됐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또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 또는 내년 국회에서 기초자치단체 중선거구제, 지방의원 유급화, 교육위원회 폐지 등이 지방선거의 주요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담합행위 비판

이번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일각에서는 교육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설로만 알려졌던 의장단 나눠먹기가 담합에 의해 실제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9월~10월 정기감사를 앞두고 역량을 집중해야할 교육위원회가 내년 교육감 선거만을 바라보고 합종연횡을 일삼으며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점으로 비쳐지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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