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수녀의 神
테레사 수녀의 神
  • 문틈 시인
  • 승인 2018.06.1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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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가톨릭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테레사 수녀는 평생을 인도의 콜카타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한 지구촌의 봉사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마치 봉사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테레사 수녀는 신에 대한 경외와 봉사로 일생을 바쳤다.

테레사 수녀는 자신이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를 이끌며 가난한 이와 병자, 고아, 그리고 죽어가는 이들을 돌보며 인도와 다른 나라들에서 헌신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테레사 수녀의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지구촌 곳곳으로 테레사 수녀의 인도주의 정신을 퍼뜨렸다.

하지만 테레사 수녀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서는 신의 존재조차도 의심하여 마음이 어둡다고 고백할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봉사에 대한 헌신보다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고통이 더 컸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테레사 수녀는 잘 아는 신부나 추기경에게 편지를 보내 저에게는 침묵과 공허함이 너무 커서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고, 입을 움직여도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테레사 수녀 같은 독실한 신앙인, 이웃에 대한 섬김이 지극한 사람이 평생에 걸친 자신의 신앙에 대해서 막막했다는 고백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물론 이런 에피소드는 신의 부재를 테레사 수녀 같은 수녀가 증언한 것이라는 식으로 무신론으로 확대 해석할 빌미는 아니다. 오히려 내가 볼 때는 불쌍한 이웃들을 신으로 받들어 섬긴 사람이어서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바로 이웃에 신이 있는데 다른 어디에서 신을 찾겠는가. 테레사 수녀가 미국의 한 텔레비전 대담에 나갔을 때 진행자가 이렇게 물었다. “기도하실 때 하느님께서 뭐라고 하시나요?” 그러자 테레사 수녀는 대답했다. “하느님은 듣기만 하십니다.” 다시 사회자. “그러면 수녀님은 뭐라고 기도하시나요?” “그냥 듣기만 합니다.”

사회자가 놀란 표정으로 테레사 수녀를 바라보았다. 테레사 수녀는 멍한 표정을 한 사회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해하시기 어려울 줄 압니다. 그러나 제가 달리 설명 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불교의 화두처럼 들리기도 한 말인데 나는 섣불리 이렇게 해석한다. 사람의 마음 속에 신의 경지가 있다는 뜻을 밝힌 말이라고. 살아가면서 사람은 신앙인이건 아니건 때로 신을 생각할 때가 있다. 철학적인 견지에서든, 삶에서 만나는 절박한 의문에서든, 신의 존재를 찾아볼 때가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냈다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테레사 수녀처럼 못살고 천대받고 병들고 불쌍한 사람들을 마치 신을 섬기듯 하는 그 마음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를 생각해 볼 일이다. 바로 그 지점이 신이 거하는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이 있어가지고 우주를 만들었느냐, 인간을 창조했느냐, 하는 탁상공론 같은 질문은 우리 인간으로서는 정답을 구할 길이 없다.

불쌍한 이웃을 사랑하는 그 마음자리가 신의 거처이고, 그 마음으로 모든 생명을 신의 형상으로 보고 경배하고 사랑하고 거기에 안겨드는 것이 진정한 신과의 만남일 것이다. 나는 신에 대한 사색에 빠질 때면 끝에 그런 답안을 쓰고 나온다. 그러니 테레사 수녀와 같은 지극한 사랑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 경지인 줄 짐작도 못할 일이다.

일평생 자기 자신과 가족을 지키느라 버둥거리며 살면서 이웃에 눈도 돌리지 못하고 살아온 장삼이사로서는 도무지 신을 만날 겨를이 없다. 무슨 일이 급박해지거나 잘 안 풀리거나 할 때 도움을 청하는 대상으로서 신을 찾을 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 지난날을 회상해볼 때가 있다. 살아온 여정의 고비마다 그때 내가 한 발 자국만 다른 쪽을 디뎠으면 내 인생이 전혀 다른 행로를 택하게 될 변수가 무수히 있었는데 지금 내가 도착(우리는 매 걸음마다 도착한다)한 곳에 이르게 된 것은 실로 그 변수들의 틈으로 우연의 연속이라고만 할 수 없는 우주의 섭리 같은 것이 이끌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정말 신 같은 존재의 인도가 없었다면 어떻게 거친 바다를 항해하여 외진 바닷가 기슭에 닿을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인생의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테레사 수녀는 일생을 이웃에 대한 봉사로 인생을 살고 생을 마쳤다. 나는 그저 내 가족을 건사하는 것으로 일생을 보내고 있다. 둘 사이를 비교해서 나를 초라하게 할 의도는 아니지만 국제라이온스클럽 창립자 멜빈 존스가 말한 대로 남을 돕지 않고 살아온 사람은 진정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6.13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들은 물론 낙선자들까지 테레사 수녀의 마음자리에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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