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를 오가면서 빛가람혁신도시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과 관련한 지역사회의 논란을 접하게 되었다.
흔히 대한민국을 ‘갈등공화국’이라 부를 정도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심각하다는 정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지만, 이미 2017년 12월에 완공돼 정상가동 단계에 와 있는 이 정도의 사안을 합리적으로 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기 동네에 님비로 생각되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걱정하는 지역주민들의 입장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완공 단계에 와 있는 시설을 ‘쓰레기 연료’라며며 무조건 반대하고, LNG 발전으로 전환하여 나주시가 인수·운영하라는 요구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왜 나주 이외의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반입해야 하는가 하는 반대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외지인인 사람이 다짜고짜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데 대해 나주시민들은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와 유사한 국내외의 갈등 사례를 봐온 필자로서는 욕먹더라도 할 말은 하고자 한다.
나 역시 깨끗한 환경과 삶의 질의 개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느 누구보다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환경관련 논란을 보면 단편적인 상식이 전문성을 능가해버리고, 일방적인 억측과 맹신이 과학을 압도해버리는 우리 사회의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원자력발전과 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수십년간의 논란 과정에서 플루토늄 1그램이면 백만명의 사람이 죽고, 기형아를 낳고, 죽음의 땅이 된다는 ‘과장된 우려’가 맹위를 떨쳤고, 심지어는 유치원, 초등핚교 어린이들까지 반대집회 단상에 올라가게 했던 씁쓸한 사례마저 있었다.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눌려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언론마저 갈등양상 그 자체만 부각시키며 양비론의 어정쩡한 보도로 일관해 갈등해결 자체가 더디곤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곤 했다.
지금의 나주지역 SRF 열병합발전소 논란에서도 다이옥신 문제에 대한 우려와 암유발 등 자극적인 반대논리가 등장하고 있는데, 좀 차분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한 듯하다. 과도한 흥분과 근거없는 주장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고, 폐해가 너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관련 광우병 파동 때 그 난리를 쳤다가 지금은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과거 경부고속철도(KTX) 건설 당시 도롱뇽과 습지 보호를 명분으로 공사를 지연시켰던 ‘천성산 논란’도 마찬가지다. 지금 습지는 그대로 있고, 도롱뇽은 잘 살고 있다.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신도시 바로 옆에는 열병합발전소와 쓰레기 소각장이 버젓이 가동되고 있는데, 환경오염관련 민원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혁신도시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SRF=쓰레기연료’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고 반론하겠지만, 대한민국의 환경기준이 그 정도로 허술한지에 대해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에너지시설 입지를 둘러싼 사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LNG발전소 역시 지역주민들 반대에 직면해 있고,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까지도 집단민원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지론이다. 불완전하기에 통제·관리능력과 예측능력 그리고 감시능력을 키워야 하고, 그런 능력을 갖춘 성숙한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빛가람혁신도시의 SRF 열병합발전소 논란, 합리적으로 숙의하여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 꼬투리잡기식의 소모적인 논란이나 지역사회 내부의 반목과 대립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SRF 열병합발전소 논란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는 모범 사례를 보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 있는 리더와 전문가, 그리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인 광주·전남지역에 과연 ‘지역사회 갈등해결 능력’이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