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眼)을 통해 세상을 본다. 눈은 빛을 수용하는 감각기관이다. 사물에 대한 빛의 반사작용이 시각적 영상을 만들어 뇌의 시각중추로 전달되어 인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의학적으로 복잡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시적 언어처럼 사물 인식에 대한 감정적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 우리 눈이다. 인간이 갖는 감정의 출발점인 셈이다.
우리가 눈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보는 것 같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완전하지 않다. 깜빡 속는 경우가 많다. 눈은 모든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 관심, 선택이라는 요소들이 작용하여 보고 싶은 것만 인식하게 된다.
눈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카메라 렌즈가 있다. 사물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찍는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찍는다고 하는 데 우리 눈으로 봤던 모습과는 다른 영상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감정이 들어있지 않다.
어떤 경우는 눈이 인식한 평면의 모습을 렌즈를 통해 보면 입체적으로 보이는 때가 있다. 이는 렌즈에 비친 사물 인식이 눈으로 본 사물 인식과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 영상을 통해 본 사물을 우리가 다시 눈으로 보기 때문에 감정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영상은 사람에게 감정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이다.
이를 이용하여 등장한 것이 ‘트릭아트’이다.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트릭아트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트릭아트란 평면의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착시 미술 기법을 뜻한다.
현장에서 볼 때는 평면의 조잡한 것처럼 보였던 자리에 사람이 들어가고 카메라로 찍으면 입체화된 공간 속에 사람이 등장하는 착각을 갖게 만든다. 방문객을 위해 많은 관광지나 기념관, 전시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트릭아트 기법을 이용한 배경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게 만드는 소소한 재미를 붙여주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 동촌리에 ‘평화의 댐’이 있다. 평화의 댐은 ‘전두환’ 시절에 북한이 강 상류에 금강산댐을 만들자 이 댐의 붕괴에 대비해 국내 최고 높이(125m)로 1987년에 착공한 국내 유일의 수공(水攻) 방어용 댐이다.
평화의 댐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다. 여기에서 북한 금강산댐의 수공위협과 피해예측은 과장된 것이었고, 당시 평화의 댐 건설은 불요불급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평화의 댐은 정권안보차원에서 조급한 과잉대응이었다는 평가였다.
그렇게 30여년이 지났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평화의 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댐의 기능이 아니라 남북교류와 관광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만들어 놓은 평화의 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평화의 댐 치수능력 증대사업 완료를 기념해 평화의 댐체 하류에 세계 최대의 트릭아트 ‘통일로 나가는 문’을 만들고 기네스북에 등재했다고 한다. 넓이 4774.7m²의 세계 최고 기록이라는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기네스북에 올려야 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관광요소로 삼고 싶은 해당 관계자의 욕심일 게다. 이미 평화의 댐 주변에는 세계 평화의 종 공원을 비롯해 비목공원, 국제평화아트파크 등이 있다. 연계효과를 일으킨다는 구상인 것 같다.
화가를 비롯한 20명의 전문 인력이 3개월 동안 그린 높이 95m, 폭 60m인 이 벽화는 댐 본체 벽에 구멍이 뚫린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재미는 있을 것 같다. 또 오토캠핑장과 하늘오름길,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친수시설을 조성했다.
광주비엔날레가 폐막했다. 지역에 무엇을 남겼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미술의 작품성이나 동시대의 미술에서 가지는 의미는 전문가 영역인 만큼 여기서 논하지는 않겠다.
광주비엔날레가 지역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을까. 한때 지역 연구기관에서 지역경제에 수백억의 효과를 가져왔다는 발표가 있었다. 믿기 어려운 ‘책상머리’ 수치였다고 생각한다.
광주비엔날레 김선정 대표는 국제 미술계영향력 국내 1위라는 명예(?)를 안았다. 그게 광주경제와 무슨 상관일까. 그는 임기가 끝나고 떠나면 그만이다.
지난 10여 년간 바뀌는 비엔날레 대표를 만날 때마다 광주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비엔날레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술작품이면서도 지속성을 갖는 관광의 요소가 되고 재방문의 기회를 갖도록 만드는 비엔날레의 영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이고 매번 예술감독이 바뀌다보니 100년을 내다보는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세계 미술잡지가 평가하는 것에 우리는 트릭(trick)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물어볼 때이다.
외부 평가도 중요하지만 지역민의 만족, 미술에 관심을 가진 지역민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에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