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송영학 임성희 작가의 '돼지꿈 꾸는 날'
롯데갤러리, 송영학 임성희 작가의 '돼지꿈 꾸는 날'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9.01.0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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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30일까지 사람들의 양극단 욕망 은유적 표현

돼지의 웃는 표정은 어떤 모습일까. 흔히 ‘복돼지’라고 말하는 그 배경에는 잘 먹고 오동통하며 편하게 사는 외양적 모습에서 비쳐지는 사람들의 꿈이 투영된 듯하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는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신년기획전시 <돼지꿈 꾸는 날>을 선보인다. 생에 대한 욕망 혹은 ‘잘 살아보자’는 만고불변의 화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상징인 돼지를 주제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풀어내는 자리이다.

한 해가 시작될 때면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염원, 가족의 안위, 내면의 평안, 의식주의 필요를 비롯하여 그 필요 너머의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내비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수반되는 다양한 바람과 욕구는 일상의 행복을 전제로 한 소소함, 때로는 더 큰 무엇을 얻기 위한 또는 되기 위한 간절한 욕망이 된다.

이 모두는 삶의 에너지로 치환되어 우리의 매 순간을 보다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롯데갤러리는 그러한 에너지를 투영할 수 있는 화폭들로 새해를 맞이한다.

송영학, 임성희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새해의 복을 비는 세화의 형식에서 더 나아가, 돼지라는 상징물을 통해 우리 삶을 보다 근거리에서 바라보기 위한 의도이다.

십이지의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는 예로부터 제의의 제물로 쓰여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간주되고, 세속적 복의 근원이자 재신(財神)의 상징으로 치부된다. 다른 십이지 동물보다 많은 재물을 불러올 것만 같은 돼지는 그 외양과 성정에서 탐욕과 게으름, 우둔함으로 묘사되는 모순되는 성질도 지닌다. 어찌 보면 인간사의 양극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두 작가는 동물이 지니는 상징성을 통해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는 물음들을 던져왔다. 단순히 동물의 의인화가 아닌 그 대상이 담보하는 서사를 통해 작품을 접하는 이들로 하여금 교감과 소통을 꾀하고자 했다.

송영학은 12지 방위신의 형상을 의인화함으로써 현대인의 소외와 공허, 자기애, 욕망 등을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돼지의 기도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기도의 형태인 합장은 가슴 앞에 두 손을 마주 대고 기복을 비는 행위이다.

두 손이 합쳐진 상태로는 싸움이 있을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다툼이 없는 무쟁(無爭)을 기원, 새해의 기복 행위 이상의 평화와 사랑이 충만한 한 해가 되기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임성희는 돼지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 행복하고 보다 자유로운 돼지를 보여준다. 인간사의 온갖 욕망을 단순히 비판의 대상이 아닌 극복해야 하는 혹은 오롯이 끌어안아야 하는 생의 에너지로 간주해 왔다.

밤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꿈꾸는 해맑은 돼지에서 행복감과 평온한 휴식이 느껴진다. 많은 것을 꿈꾸고 바라는 새해이지만 어느 때보다 일상에서 충만함과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작가는 기원한다.

두 작가가 돼지라는 동물을 통해서 제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삶의 가치이다. 2019년 황금돼지의 해, 사람살이의 순수한 민낯을 보여주는 돼지를 통해 다양한 삶의 단편을 느껴볼 수 있을까. 한 번 가볼 일이다. 11일부터 30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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